‘잘사는 며느리’ 금감원 “살 맛 나네”
입력 2012-10-22 19:25
22일 오전 9시 금융감독원 건물 전체에 사가(社歌)가 울려 퍼졌다.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낼 때는 금감원 직원이 있는 사무실만 골라 틀던 사내 방송을 이제는 건물 전체에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6일 오전에는 진행을 맡은 금감원 직원이 인사말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라며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
금융위가 떠난 뒤 금감원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4년간 상위 기관을 모시고 살며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하다 비로소 집주인 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사 전까지 금감원 20개층 가운데 ‘로열층’인 11∼13층을 사용했다. 집주인인 금감원이 세입자인 금융위에 제일 좋은 층을 내주고 자신들은 나머지 층을 나눠 쓴 것이다. 심지어 금감원 기업공시국과 회계감독1·2국 직원 180명은 인근 하나대투증권 건물에 나가 살아야 했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나가자마자 11∼13층을 채웠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10층에 있던 사무실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쓰던 11층으로 옮겼다. 원래 11층 사무실이 기관장 방이었지만 금감원장이 이 방을 차지하기는 4년 만이다. 인근 건물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도 지난 주말 동안 모두 금감원으로 돌아왔다. 안내판 등 금감원 곳곳에서 금융위 흔적은 깨끗이 사라졌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지난 12일 처음으로 기자실을 방문한 권 원장은 줄곧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해가며 간담회를 가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