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독불장군식 결정·역사관에 걸려… 자꾸 꼬이는 朴스텝
입력 2012-10-22 19:17
“(선거대책위원회에선) 아무도 몰랐던 것 아니냐. 미리 알았으면 말리기라도 했을 텐데….”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21일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다음 날 새누리당에선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로 회견을 한다고 했을 때 ‘전향적인 해법을 내놓으려나보다’고 했던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때 시장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쇼크’에 빗대 “어닝 쇼크도 이런 어닝 쇼크가 없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당에선 중차대한 일을 박 후보 단독으로 결정하도록 두는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회견과 관련해 선대위 차원의 공식 회의는 없었다는 전언이다. 전날 회견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나도 몰라. 후보만 알지”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물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자신이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과거사 등 역사인식 문제는 후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란 주장이 적지 않다.
한 의원은 22일 “2007년 경선 캠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며 “그땐 박 후보가 다음 날 내놓을 메시지를 캠프에서 검토한 뒤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후보와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위원장, 본부장급이 모이는 컨트롤타워 회의를 만들어 정례화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를 쫓아다니는 불통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보안유지’를 강조하는데다 효율성 문제 등으로 인해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후보 역사관으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많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일반인의 상식과 눈높이와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부일장학회의 헌납절차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에 있었던 일로 그때는 일시적으로 헌정이 중단됐던 시기”라면서 “그 시절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하면 그야말로 끝없는 논쟁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5·16 쿠데타와 유신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면서 그때 강탈한 남의 재산을 합법이라고 하면 자질을 의심 받는다”고 적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일로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