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변조… 한 기업에 8장씩 제출했다 들통

입력 2012-10-22 21:40


한 사람이 여러 장의 가짜 입사원서를 만들어 대기업에 제출했다가 들통 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기업 공채 자기소개서를 허위로 작성해 기업 계열사에 제출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20대 남성 1명과 여성 1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등 5개사에 각각 8장의 가짜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주민등록번호와 사진, 주소 등 인적사항을 교묘히 다르게 해 각각 다른 지원자인 것처럼 속여 원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가 얼굴이 비슷한 지원자가 각기 다른 이름과 이력, 얼굴로 서류를 반복적으로 낸 것을 수상히 여겨 회사에 보고하면서 이들의 위조 행각이 드러났다고 한다. 보고를 받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위조 지원자에 대한 ‘복제 서류 색출’에 나섰다. 계열사들은 입사지원자 3만6000여명의 자기소개서를 5번에 걸쳐 재검토했고, 그 결과 남녀 각각 1명의 자기소개서가 계열사별로 8개씩 접수된 것을 확인했다.

같은 사람의 사진이 붙어 있는 8개의 가짜 자기소개서는 생년월일, 출신학교,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적인 이력들이 모두 달랐다. 자기소개서상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회됐다. 증명사진 역시 안경을 그려 넣거나 머리 길이를 다르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조작돼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도록 꾸며졌다. 경찰은 취업 컨설팅업체 등이 대기업의 서류전형 기준을 테스트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허위 원서를 제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취업 준비생이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취업 관련 업체가 개입됐는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기업 공채 신입사원 모집은 자기소개서 중심의 입사원서 접수로 1차 시험 대상자를 거르고, 인·적성 시험이나 면접시험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취업희망자들에게는 서류 통과 기준 등이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대기업 원서 전형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원서 통과하기가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소개서 합격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원서 합격을 위해 취업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는 지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기준 인터넷에 검색된 취업 컨설팅업체는 대략 350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맞춤형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수정 및 첨삭 과정을 거친다. 또 실전 면접 훈련까지 진행한다. 따라서 기업별 ‘합격 공식’에 맞춰 천편일률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비용은 55만원 수준이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자원봉사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비슷한 자기소개서가 여러 개 발견된다”며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데 공식대로 업체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