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가계부채 해법은… 정부 개입·금융기관 책임에 초점
입력 2012-10-22 19:07
10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대선후보들도 정책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적극적 정부 개입을 통한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함께 개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우선 문 후보는 지난 16일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재·개정을 골자로 한 ‘피에타 3법’을 제시했다. 사채업자 얘기를 다룬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인용한 것으로 채무자 시각에서 금융시장에 직접 칼을 대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자율 상한을 기존 30%(대부업 39%)에서 25%로 끌어내리고, 과도한 채권추심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아울러 연 이자 10%대인 대출상품을 육성하고 소액 금융상품 등 대안 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출금리는 은행권의 연 10% 미만과 제2금융권 등의 연 20%대 사이가 비어 있다. 이 금리 공백을 금융기관이 채워야 한다는 게 문 후보의 생각이다.
안 후보는 그동안 불법 사금융 단속 강화, 신용카드 남발 금지 등 규제 방안과 은행 서민대출상품 활성화, 소액 서민대출 강화 등 시장 보완책을 함께 거론했다.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금융권 책임이 크다며 부채 구조조정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개인의 책임도 있음을 내비쳤다.
박 후보는 지난달 부동산 및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계채무 재조정, 금리 경감, 신용회복 대상자 확대 등이 이런 맥락에 있다.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50세로 낮춰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채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대책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집주인들이 주택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에 팔고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토록 하는 지분매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개인이 금융회사에 진 빚을 정부가 나눠지는 방식이어서 재정이 투입된다.
각 후보들의 가계부채 해법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완전히 새로운 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어 제대로 된 공약을 사실상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연 금리 10%대 대출상품 출시를 비롯한 서민대출상품 확대, 변동금리·장기분할상환 대출 유도 등은 지금도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설립하겠다는 서민금융 지원창구는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 거점점포·전담창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후보의 대책이 표를 의식한 공약, 즉 ‘표퓰리즘’적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정부와 금융기관에 의존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원칙적으로 가계부채는 개인이 책임져야 할 빚인데 이를 정부나 금융권이 떠안도록 함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고 가계부채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불량자 등에게 허용하겠다는 ‘힐링통장’이나 경매 유예제도 등은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채무관계이기 때문에 공적자금이나 제3자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