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파푸아뉴기니 공사현장… 남태평양 원시의 섬, 웅장한 LNG 플랜트 우뚝

입력 2012-10-22 21:35


남태평양 서쪽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의 잭슨국제공항에서 해안 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20㎞ 정도 달리자 황량한 초지 위에 웅장한 철골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미국의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이 투자하고 대우건설이 플랜트기업인 일본의 치요다와 JGC의 합작회사인 ‘CJJV’로부터 핵심설비를 수주해 시공을 맡은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현장. 전체 사업비가 15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대우건설 도급공사 금액만 2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16일(현지시간) 오후 도착한 현장엔 대우건설 직원 200여명을 포함한 3600명이 넘는 다국적 인력들이 굵은 가스 파이프와 거대한 철골 사이에서 배관과 전기 케이블 작업에 땀을 쏟고 있었다.

파푸아뉴기니 LNG 프로젝트는 포트모르즈비에서 250㎞가량 떨어진 해발 2700m의 고원 지대에서 가스를 뽑아 올려 불순물을 걸러낸 뒤 해안가에 위치한 플랜트로 보내 액화처리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이 중 천연가스를 배에 실어 수출하기 직전 단계인 LNG 플랜트 1·2호기 건설사업을 맡아 2010년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장을 지휘하는 대우건설 김영후 소장은 “플랜트가 완공되면 파이프라인을 거쳐 도착한 천연가스를 컴프레서에서 압축한 뒤 냉각 공정을 거쳐 액체 상태의 LNG를 배에 실어 일본, 중국 등지로 수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될 LNG는 우리나라 전체 사용량의 5분의 1 수준인 연간 630만t. 현재 공정률은 55.1%로 내년 12월이면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기를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초기 공사 환경은 최악이었다. 식인 풍습이 남아 있고 800여개 부족이 난립한 파푸아뉴기니는 최근 도시화로 상당수 부족이 도시로 내려와 살고 있지만 강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치안은 불안했다. 현장 관계자는 “토지의 경계가 불분명해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각 부족민이 현장으로 들이닥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대형 중장비는커녕 공사인력 수급도 어려웠고, 도로 등 기반시설은 한국의 1960년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토지 분쟁에 얽힌 4개 부족과 수십 차례 논의를 거쳐 사업부지 협상을 마무리했고, 자재·장비·인력·기반시설 문제는 발주처와 협의해 공사대금을 늘려 잡아 수익성은 유지하면서도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파푸아뉴기니에서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우선 이번 공사를 끝낸 뒤 1억5000만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3호기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또 작년 말 현지 정부가 투자를 확정한 LNG 프로젝트에는 단순 시공이 아니라 ‘설계-구매-시공(EPC)’ 전체를 맡아 참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 경우 사업 수주 규모는 지금보다 10배까지 커진다.

김 소장은 “유럽과 일본 플랜트 기업들이 독식하는 LNG EPC 공종을 우리가 주도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포트모르즈비=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