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정착 엘리트 이민자 ‘귀향 바람’
입력 2012-10-22 21:39
선진국에 정착한 개발도상국 출신 엘리트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숙련 노동인력과 지식인들이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brain drain) 현상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고급 인력들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인력 쏠림 현상이 확연하게 역전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그 원인으로 지난 2008년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를 지목했다. 금융위기로 서구의 중산층과 복지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선진국이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것.
장기불황으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간 임금 격차가 없어지거나 역전돼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던 인재들이 역동성 있는 고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도리어 서구의 일부 전문 인력들까지도 개발도상국행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때 인력 유출을 고민했던 신흥 경제국들이 이제는 지나친 인력 유입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CSM은 덧붙였다.
미 워싱턴 이주정책연구소의 데메트리오스 파파데메트리우 소장은 이를 ‘인재의 민주화 현상’으로 표현했다. 그는 “영어권 4∼5개 국가들이 고급 인재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민정책전문가 라이자드 콜레윈스키도 “이제 기회는 개발도상국에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인력 유턴’을 위한 정부의 장려정책과 기록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해외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들이 2000년대 들어 10배 이상 늘었다.
신흥경제국 브릭스(BRICS)의 한 축인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역시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외거주자 400만명(2005년 기준) 가운데 절반이 국내로 돌아온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