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유권자 표심 性대결 뚜렷… 여성 “오바마 지지” vs 남성 “롬니 지지”
입력 2012-10-22 18:51
박빙의 승부로 치닫고 있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성(性) 대결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유권자의 성별 차이가 선거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주요 변수로도 떠오른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에서 남성과 여성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 지지율 격차가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녀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서로 다른 이른바 ‘젠더 갭(Gender Gap)’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NYT가 최근 각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젠더 갭은 18% 포인트에 달했다. 롬니는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오바마보다 9% 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앞서 있고, 오바마는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9% 포인트 차로 우세하다.
여성 지지율이 전국 지지율이라면 오바마는 270표를 확보하면 이기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최소 347표를 얻게 된다. 남성 지지율을 전국 지지율로 환산하면 롬니는 321표 이상을 획득해 당선 안정권에 든다.
성별에 따른 투표성향이 가장 다르게 나타난 선거는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이다. 당시 성별에 따른 지지율 차이는 무려 20% 포인트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남성=롬니 지지, 여성=오바마 지지’의 공식이 자리 잡았다.
미 대선에서 성별에 따라 지지후보가 다른 것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여성의 민주당 지지 성향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여성들은 민주당의 낙태 옹호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이다.
또 여성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남성보다 현직 대통령에게 너그러운 성향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1992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보다 8% 포인트 높은 여성 지지율을 기록한 클린턴은 96년 재선 선거에선 밥 돌 공화당 후보보다 16% 포인트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80년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에게 참패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선 19% 포인트나 뒤진 반면,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2% 포인트만 졌다. 이런 성향을 잘 아는 롬니는 여성을 겨냥한 TV 광고를 내보내고 여성 참모를 배려했던 일화를 소개하는 등 여성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공화당이 축적해놓은 유권자들의 ‘빅 데이터’를 활용한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보도했다. 두 당은 유권자 등록리스트와 후원자 리스트 등을 바탕으로 개인의 정치·종교적 성향은 물론 자주 가는 식료품점은 어딘지, 무엇에 관한 트윗을 올리는지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두 당은 대학생 유권자에게 실업률 정보를 제공하고, 유기농 식품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미셸 오바마의 입장을 보내는 식의 선거운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두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