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들인 ‘무주 태권도원’ 빈집 되나

입력 2012-10-22 18:44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수련과 교육, 연구를 위해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대에 조성 중인 ‘태권도원(태권도공원)’ 건립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태권도원은 내년 6월 준공할 예정이나 입주할 기관·단체가 거의 없는 데다 ‘상징 공간’을 꾸밀 기부금 모금도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김윤덕(민주통합당·전주 완산갑) 의원은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태권도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준공을 8개월 앞둔 태권도원으로 이전을 결정한 기관이나 단체가 태권도진흥재단 1곳뿐”이라고 밝혔다. 이전 가능 기관·단체는 국기원을 비롯해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시도별 태권도사무소 등이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상징 공간 내 태권전·명인관 등을 짓기 위해 조성 중인 사업의 모금액도 목표액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비 176억원은 모두 기부금으로 마련할 계획이지만 현재 모금액은 기업은행의 22억원과 미국 주재 태권도 사범들의 후원약정 6000달러(약 660만원), 국내 모금액 58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권도진흥재단이 국내 70대 기업에 후원참여 요청서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기부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전경련은 10대 그룹이 지난해 국내 스포츠계에 지출한 금액만 4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예산의 절반 수준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 태권도에는 인색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맹이 없는 태권도원 조성사업은 무의미한 만큼 문화부와 진흥재단, 대한체육회 등 관계 부처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09년부터 6008억원을 들여 231만4000㎡에 조성 중인 태권도원은 9월말 현재 5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는 경기장과 태권전, 명인관, 전망대, 연구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태권도원이 완공되면 2016년 이후 연간 관광객이 19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무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