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 향한 바른 목소리 ‘용감한 녀석들’

입력 2012-10-22 18:32


고려대 기독동아리, SFC, 11월 3일 30주년 기념 동문 초청 ‘홈커밍 데이’

안암골 캠퍼스에서 십여명의 학생이 모여 시작한 기도모임이 어느덧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고려대학교 기독교동아리 SFC(고대 SFC)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아 다음 달 3일 졸업한 동문 선배들을 초청하는 ‘홈커밍데이’를 개최한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측에서 출발한 기독학생회지만 고대 SFC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학교와 사회에 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대 SFC는 1982년 가을 15명 정도의 지방 출신 학생들이 청소년 시절 양육받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당시 인촌능(현재 인촌기념관 자리)에서 매일 오전 7시 학교와 민족의 복음화와 민주화를 위해 기도했다. 이후 공식 창립총회와 학교 승인을 거쳐 정식 중앙동아리로 승격됐다.

80년대는 대학 캠퍼스에서 연일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정문을 사이에 두고 전투경찰과 학생들이 대치하던 시기, 고대 SFC는 소속 학생들의 민주화 의식교육에 주력하고 시위에도 적극 참여했다. 83년부터 87년까지 고대 SFC에서 활동한 최광휴 변호사(고대 SFC 교우회장)는 “지방에서 올라와 의지할 곳 없는 서울살이에다 격랑의 시대를 겪었지만 고대 SFC라는 견고한 신앙공동체가 있어서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민주화운동의 격랑이 지나간 90년대, 고대 SFC는 외연을 넓혀 고대 학생들의 ‘바른 양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94년부터 시작된 ‘커닝 추방 운동’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대 SFC 학생들은 매학기 기말고사 일주일 전부터 커닝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무더위나 한파도 아랑곳 않고 ‘커닝을 하지 말자’는 내용의 홍보물을 나눠주며, 포스터를 들고 정문을 비롯한 교내 곳곳에서 홍보 활동을 한다. 2002년 대선 때는 고대 SFC가 주축이 돼 학내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자는 운동을 전개해 투표소 설치를 이끌어냈다.

고대 SFC는 나아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 운동이 지난해 시작한 ‘웹 다가가기’ 운동이다. 학생들은 시각장애인의 인터넷 사용을 돕기 위해 개발된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그림 파일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자서명을 받아 포털 사이트 측에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내년부터는 지역 내 독거노인과 소모임을 연결해 소외계층의 필요를 채우고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SFC가 고신 교단을 모태로 하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서는 예수전도단이나 IVF 등 다른 기독동아리에 비해 규모가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캠페인을 하면서 힘이 부치기도 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규모가 적은 만큼 더 끈끈하다. 변은미(21·여·한문학과3) 고대 SFC 회장은 “지방에서 유학 온 후배들의 ‘서울살이’와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집에 후배들을 데리고 사는 동문 선배도 있다”며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신앙을 나눌 수 있는 학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선배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 SFC의 끈끈한 정과 실천적 신앙은 현장 사역자 배출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성경번역 선교사로 사역 중인 임정훈 선교사를 비롯해 인도와 미국 등에서 다양한 동문들이 목회자와 선교사로 활동 중이다. 고대 SFC는 다음 달 3일 오늘이 있게 한 선배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홈커밍데이에서는 서로에게 빵을 먹여주는 ‘애찬식’ 등의 행사를 통해 고대 SFC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