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양대산맥 WEA-WCC 첫 대화의 장 열렸다

입력 2012-10-22 19:12

WEA “성경읽기운동 통해 상호이해를”

WCC “양기구 총회 계기 선교 새지평을”


“WEA(세계복음주의연맹)는 성경읽기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운동을 통해 WCC(세계교회협의회)와 WEA, 모든 크리스천들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토마스 슈마허 WEA신학위원장)

“WCC와 WEA 총회의 한국 개최는 과거의 긴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마틴 로브라 WCC 프로그램 위원장)

22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박노철 목사)에서 한국기독교학술원 주최로 열린 ‘제42회 학술공개세미나’에서는 WEA와 WCC간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1846년 창립한 WEA는 에반젤리컬(복음주의) 교회 및 단체를 대표하며, 1948년 설립된 WCC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의 대표적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WCC와 WEA가 각각 2013년, 2014년에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하는 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에서 공개적인 대화 모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양대 기구간 연합·선교협력의 가능성이 모색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들 기구간 역사·신학적 차이, 부산총회를 앞둔 WCC의 신학 노선에 대한 국내 교계의 찬반 논란 등으로 발제자들의 신중하고 조심스런 분위기도 감지됐다.

슈마허 WEA 신학위원장은 성서운동(성경읽기운동)을 통한 양 기구의 ‘거리 좁히기’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때는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성서가 배포되고 있지만 동시에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성경 말씀에 무지한 그리스도인이 더 많은 시대”라며 “WEA와 WCC가 함께 성서운동을 통해 선교협력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금주섭 WCC 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는 “지금 세계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WCC로 기구화된 에큐메니컬 운동과 WEA로 모아진 에반젤리컬 운동이라는 이분법적인 선교 방식으로는 이같은 세상의 도전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 총무는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양대 기구의 총회를 통해 서로가 선교학적인 이해와 수렴 차원을 넘어서서 상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선교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WEA 실행위 의장인 김상복 목사는 ‘하모니’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주님과의 교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 서로 간에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면서 “획일성에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조율해가는 것 또한 또 다른 일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EA-WCC간 대화’를 필두로 부산 총회를 1년 앞둔 WCC에 대한 검증 토론 및 준비 활동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김성봉 목사)에서는 ‘WCC와 부산총회에 대한 개혁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박용규 총신대 교수와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내달 9일 서울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에서 ‘WCC 부산총회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복음주의적 제안’을 주제로 세계 복음주의운동의 거두로 꼽히는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편 예장통합 산하 신학대인 부산장신대와 영남신학대는 WCC에 대한 신학도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각각 22∼23일, 25∼26일 교내 채플실 등에서 ‘WCC 모의총회’를 개최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