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 빈곤층 19만명에 생계 지원… 서울시민복지기준 발표
입력 2012-10-22 22:12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수철(가명·72)씨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독거노인이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는 아들이 호적에 올라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지난 추석도 쓸쓸히 홀로 보낸 김씨는 오는 겨울이 큰 걱정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법과 제도에 막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자들을 위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마련, 생계급여를 지원키로 했다.
시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서울시민복지기준’을 22일 발표했다. 청책(聽策)워크숍과 1000인의 원탁회의 등을 거쳐 시민 의견 400건을 반영했다.
현재 서울시민 1000만여명 중 서울생활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73만8000원)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은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중 수급자는 지난 8월 기준 20만60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9만여명은 김씨처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시민복지기준은 크게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의 5개 분야 총 102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시는 우선 내년 88개 사업에 1조6210억원을 투자하고 2018년까지 투자액을 4조4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 기준을 낮춰 비수급 빈곤층 19만명에 대해 수급자의 절반 수준의 생계급여, 수급자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 해산·장제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또 2018년까지 청년일자리 2만5000개, 여성일자리 2만7000개, 노인일자리 10만개를 늘릴 계획이다. 2014년부터는 저임금 근로자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제’도 도입한다.
임대료 비중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고, 주거 공간을 43㎡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주거 최저기준도 정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고 저소득층 주거비 보조도 늘리기로 했다. 이어 2018년까지 노인·장애인 지원주택 15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건지소도 확대하고, 내년부터 저소득층 노인에게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비용을 전액 지원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초·중등 학생들의 체험학습비·학습준비물비 등 취학필수경비 무상화도 추진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2014년까지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위기의 빈곤층을 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해 시민 삶 전반의 질을 높이겠다”면서 “서울시민복지기준이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복지수준을 향상시킬 견인차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