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곧 추운 겨울이 닥칠텐데

입력 2012-10-22 19:32


며칠 전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해외 경제지표를 쭉 지켜보니 경기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며 마치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 다시 올 것 같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평소 경제에 관해 둔감했던 필자로서 친구의 위기감에 선뜻 맞장구 쳐 주지 못했지만, 이미 불황 문턱에 접어든 우리 경제 현실이 우리를 조금씩 압박해온다는 느낌은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던 터였다. 낮은 경제성장률, 대규모 청년실업으로 대변되는 우리네 경제현실은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가 마치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가 지난 9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내다보며 불과 한 달 전보다 0.2% 포인트 낮췄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0%에서 0.3% 포인트 낮춘 2.7%로 전망했다. 한국의 수정 전망폭이 세계경제보다 0.1% 포인트 더 낮은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약점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에 둔감한 후보들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재정긴축 본격화,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글로벌 악조건이 지속되면서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는 특히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에 거액을 투자한 친구는 이 같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실제 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 침체기가 201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8년이면 우리 정치 일정상 차차기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기다. IMF 보고서대로라면 차기 정권은 5년 내내 세계경제의 불황여파로 우울한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후반기에 한국을 엄습했던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추워진 경제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만 놓고 보면 차기 대통령은 가장 힘든 시기에 집권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대선주자들은 복지와 일자리, 경제민주화에만 목청을 높일 뿐 경제성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 후보는 반기업적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율배반도 서슴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외면한 복지는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일자리 창출도,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이란 바퀴와 함께 하지 않으면 이 역시 포퓰리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불황의 여파로 수년간 저성장시대는 불가피하다. 저성장시대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고통이 수반된다. 일자리도 늘지 않을 것이고,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 내놔야

대선주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국정을 책임질 우울한 시대에 대비한 성장 전략을 내놔야 한다. 코앞에 닥친 저성장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먼저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놔 저성장시대의 활로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어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 있다.

다행히 서비스 산업의 큰 축인 문화·예술 분야의 세계시장으로의 대약진은 그나마 우리 경제에 희망의 불씨가 될 듯하다. ‘말춤’ 싸이의 등장은 그런 관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올 상반기에 서비스 분야가 사상 첫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선 정국에서 과거사 논쟁으로 우리의 에너지를 허비할 때가 아니다. 곧 닥칠 기나긴 불황의 시기에 대비한 지혜와 전략을 짜기에는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추위가 닥치기 전에 집을 고치고, 먹을 거리를 수북이 장만해놔야 한다.

체육부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