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신한 여변호사에게 휴직명령 내린 이유?
입력 2012-10-22 19:29
검찰이 임신한 소속 여변호사에게 일방적으로 휴직명령을 통보한 법무법인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청년변호사협회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 여변호사는 결혼·임신 사실을 회사에 통보하자 뚜렷한 이유 없이 두 차례 업무조사를 받았고, 1주일 만에 휴직명령을 통보받았다. 고발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법무법인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모성보호라는 기본 원칙마저 무시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상식에도 역행한 처사다.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여성의 기본적 권리이자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모성보호라는 개념이 19세기 중반 도입됐고,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 최소한의 규정을 명시했다. 이후 근로기준법만으로는 출산·육아에 따른 여성 차별을 막지 못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을 비롯해 각종 법과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다음 세대를 낳아 기르는 문제를 여성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속에 여성 친화적 직장을 만들어가기는커녕 이미 만들어진 법과 제도조차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무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5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5%에 한참 못 미친다. 일을 하는 여성의 42.8%가 비정규직인 것도 현실이다. 고용주가 출산휴가 시 대체인력을 고용하는 등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꺼리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휴직명령을 받은 여변호사처럼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행사에 적극적인 전문직 여성조차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 평범한 직장 여성이 겪는 차별이 어느 정도일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일하는 여성의 부담을 덜고, 노동시장 밖의 여성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이는 것은 우리의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모성을 보호하고, 일·가정의 양립을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