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사랑니 치료, 임신 전에 끝내세요”
입력 2012-10-22 17:54
결혼 2년차 주부 최모(31)씨는 요즘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최씨는 남편에게 음주와 흡연을 줄이도록 권하고, 본인도 임신 준비에 들어갔다.
최씨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치과 치료다. 임신 동안에는 호르몬의 변화와 입덧으로 인해 구강건강이 나빠지는데 그 기간 중 치료를 받자니 태아건강이 염려돼, 충치와 치주질환을 미리 치료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3개월 때 임신성 종양(?) 걱정 안 해도 돼=‘애 낳고 나니 이 망가졌다’는 말이 있다. 태아가 임신부의 칼슘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산모 치아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태아로 인해 치아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임신으로 인해 잇몸건강이 나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샤르치과 박태용 원장은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증하고, 체온도 높아지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런 호르몬 대사의 영향으로 잇몸의 혈관 벽이 얇아지고 잇몸도 말랑말랑해지면서 쉽게 붓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시기에는 적은 양의 플라크나 치석이 쌓여도 염증이 잘 생긴다. 바로 잇몸 주변에 나타나는 임신성 치은염이다. 대개 임신 2∼3개월에 발생해 8개월 무렵까지 심해지다가 그 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임신성 치은염은 일반적인 치은염보다 염증이 더 심해서 큰 덩어리를 만들어 혹처럼 불거지기도 한다. 이를 ‘임신성 종양’이라고 하며, 임신부의 1∼5%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임신 3개월 시기에 나타난다.
박 원장은 병명과 달리 무서운 암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혹 덩어리가 커지면서 음식물 씹기에 방해가 될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신 중 치과 치료는 4∼6개월 때 신중히=일단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출산 후에도 계속 진행돼 피가 나며 잇몸이 내려앉아 치아가 시리고 아파오기 일쑤이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치아와 잇몸을 연결해주는 ‘치주인대’를 잃게 되고 결국 중년 이후 만성치주염으로 발전, 치아를 뽑아야 하는 사태를 자초할 수 있다.
따라서 잇몸질환은 임신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이 중요하다. 이구치과 이성구 원장은 “잇몸 주변에 생긴 가벼운 치주염은 평소 정기적으로 스케일링 시술을 받으며 청결하게 관리만 해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염증이 좀 더 진행된 치주염이 있다면, 잇몸 아래 부분을 절개해 염증 또는 고름을 빼내고 봉합하는 ‘치근단 절제술’로 해결이 가능하다.
임신 중에는 태아에게 해가 될까봐 치과 치료를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원장은 “태아의 주요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1∼3개월 기간을 제외하곤 4개월째부터는 필요 시 꼭 전문의와 상의를 한다는 조건 아래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발치(이를 뽑는 일)와 신경 치료 등 공격적인 치과 치료는 소염진통제 등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식사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출산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치와 사랑니는 임신 전 미리 치료 받는 게 좋아=사랑니와 충치 역시 임신 전에 깨끗이 치료해두는 편이 낫다. 임신 기간에는 항생제와 소염제 투여에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니에 염증이 생겨도 발치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임신기간 중에는 구강위생에도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충치와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끈적이고 당분이 많은 식품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입덧으로 인해 양치질이 힘들 때는 향이 약한 치약을 쓰거나 입덧이 가장 심한 식후 시간을 피해 양치를 하면 도움이 된다. 박 원장은 “칫솔 모 부분이 작은 칫솔을 사용해 얼굴을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목구멍을 피해 어금니부터 쓸어내리듯 양치질을 하면 어느 정도 구역질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