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정치인 안대희가 살아남는 길

입력 2012-10-21 20:09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지난 6월 대법관 퇴임을 한 달 앞두고 법조를 출입하는 각 언론사 팀장들과 고별 만찬을 함께한 적이 있다. 기자는 당시 안 위원장이 “요즘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법관으로서 최종심 판결을 할 때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을까, 또는 정치적 편향성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지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안 위원장의 부인은 그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해서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만 본인은 “명예와 부를 함께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대법관 퇴임 48일 만에 새누리당에 영입됐을 때 기자는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걱정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정치판을 개혁하겠다며 정치권에 몸담은 인사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정치쇄신만 돕고 대선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정치적 야망이 있는 사람이다.

요즘 안 위원장 행보를 보면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던 ‘국민검사’나 강직한 대법관의 풍모는 온데간데없고 ‘정치인 안대희’만 보일 뿐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수사해 기소했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새누리당에 영입되자 비리 인사 영입은 정치쇄신에 반한다며 사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직언을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비리 인사 영입에 반대한다면 뇌물 수수 혐의로 사법 처리된 전력이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영입도 반대했어야 옳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당내에서는 영입된 외부 인사들이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쇄신특위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없을 땐 실망감도 클 것이다. 안 위원장이 ‘진흙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그가 검찰에서 휘둘렀던 칼을 이제 박 후보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척결하는 데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주는 방패나 법률 컨설턴트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상향식 공천제도 등 정당정치 개혁안은 물론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신뢰회복 방안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제시해야 한다. 특히 스스로 공언한 대로 고강도의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검찰 개혁은 권력기관 신뢰회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검찰 출신인 안 위원장이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검찰 개혁안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대검 중수부를 유지하되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을 검토 중이다. 야당 안에 비하면 상당히 약하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 검찰’의 행태를 익히 보아온 국민들이 이를 쉽게 납득할지 의문이다.

안 위원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과감하게 검찰에 메스를 대야 한다. 그것이 친정인 검찰이 사는 길이고, 주군인 박 후보를 돕는 길이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