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의 은퇴식’ 투혼으로 빛났다

입력 2012-10-21 19:43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한 슈퍼 땅콩’ 김미현(35). 그의 마지막 3라운드는 아름다웠다. 왼쪽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을 강행했지만 3번째 홀부터 다리를 절룩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18개 홀을 모두 마쳤다. 김미현은 마지막 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동료, 후배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갤러리들도 필드를 떠나는 김미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개막 전날인 18일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눈물이 나야 울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며 밝은 모습을 보인 그였지만 골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것이다.

김미현은 “요새 몸이 매우 좋지 않아서 18홀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3라운드를 다 마쳐 다행”이라며 “꼭 한 대회를 지목할 수는 없지만 우승했을 때보다 오늘 더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19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김미현은 1999년 LPGA로 진출, 그 해 신인상을 받았고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까지 모두 8차례 투어 정상에 올랐다. 박세리(35·KDB금융그룹), 박지은(33·은퇴)과 함께 LPGA 투어 진출 1세대로 활약했던 김미현은 “(박)지은이와 며칠 전에 통화했는데 결혼 준비로 바쁘다고 하더라”며 “결혼식에서 (박)세리까지 셋이 만날 것 같다. (투어에) 세리 혼자 남았는데 외로워하지 말고 큰 언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잘 지켰으면 한다”며 울먹였다. 이날 6오버파 78타를 친 김미현은 최종합계 8오버파 224타로 출전 선수 69명 가운데 공동 61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에서는 박세리가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단독 4위(9언더파)를 기록한 가운데 2007년 이 대회 챔피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와 연장 세 번째 홀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5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