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이 뭐래?”… 대기업들, 경제민주화 공약 촉각
입력 2012-10-21 19:2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의 큰 그림을 내놓자 대기업들이 조심스럽게 관련정보 수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후속 공약이 가장 중요한 정보 수집 대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1일 “합법적인 방법으로 향후 법제화될지 모르는 각종 공약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로비가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며 “각종 연구소가 미래의 세계경제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입법 관련정보를 얻어 미리 대처하는 것도 기업으로선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2·3세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대기업들이 경제민주화 관련정보 수집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순환출자 금지가 도입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데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후속 세부 공약이 결정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도입을 검토 중인 계열분리명령제가 시행되면 그룹이 쪼개는 걸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퍼져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법안·규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정보 수집에 나선 기업들도 있고, 고위 임원들이 학연과 지연을 통해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는 대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재벌들은 주력회사가 주도적으로 정보 수집 업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재벌에 대한 반감 정도 등 각 후보 진영의 분위기 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재계 관계자는 “입수된 정보를 그룹 내 경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하는 대기업도 있다”면서 “각 후보들의 공약이 구체화되면 대기업들마다 본격적인 공약 분석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쟁점화되자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고충도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의 정책을 모두 파악하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후보 단일화를 할 생각이면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고 있어 일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선이 대기업들엔 매우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정보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여의도에 자주 간다”고 전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