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연체율 22배… 다중채무자 빚 무려 15조
입력 2012-10-21 19:21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이 가계부채를 키우는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신용자나 100만명에 육박하는 다중채무자의 신용카드 남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이용액 연체 발생은 7등급 이하의 저신용등급이 6등급 이내보다 20배 이상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개인신용평가 전문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1∼6등급의 신용카드 부도율(1년 중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확률)은 0.4%였지만 7∼10등급의 경우 22배 수준인 9.0%로 집계됐다. 9등급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28.12%, 10등급은 53.64%에 이른다. 1∼6등급의 연체율인 0.01∼0.20%와 대조적이다. 신용카드 발급이 쉽다 보니 상환능력을 초과해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이야기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신용카드 이용자들은 다른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기존 카드 빚을 충당하는 다중채무의 늪에 빠졌다. 다중채무자의 카드 빚은 회원 숫자에 비해 상당한 규모로 집계됐다.
KCB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3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각종 대출을 이용 중인 다중채무자는 96만4000명이다. 이는 전체 신용카드 회원의 4.1%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채무는 무려 15조원으로 전체 카드자산(65조7000억원)의 22.8%를 차지했다.
특히 다중채무자 가운데 개인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56만4000명(전체 회원의 2.4%)이 진 빚은 9조4000억원으로 전체 카드자산의 14.3%에 해당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전업계 카드사에서만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50만명을 양산한 카드론도 규제의 대상이 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론 신용불량자는 2010년부터 다시 급증했고, 이들은 현재 카드사에 평균 514만원씩 빚을 지고 있다. 카드론 신용불량자들이 자산을 경매에 넘기게 되는 횟수도 2010년부터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카드론을 포함한 카드대출 연체율이 상승세인 점을 고려하면 카드론 신용불량자 숫자와 연체액의 규모는 이미 50만명, 3조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