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부일장학회, 부패혐의 김지태가 헌납”… 강탈 부인
입력 2012-10-21 22:54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수장학회 내용은 과거 두 차례 진행됐던 정부 조사나 부일장학회를 소유했던 고(故) 김지태씨 유족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지태씨가 자진 헌납한 것”=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전신인 5·16장학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김씨가 부패 혐의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 헌납 뜻을 밝혔다”고 했다. 김씨 유족이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 소송 1심판결을 끄집어내 “(장학회 설립 과정에서) 강압성은 있었지만 강박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강탈’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장학회 성격과 관련해서는 “공익재단으로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더 이상 의혹을 받지 않도록 현 이사진은 (정수장학회) 명칭을 비롯해 모든 걸 잘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TV 인터뷰에서 “이사장직에 대해 그만둬야 한다 혹은 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14년까지 제가 맡은 임기를 다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일장학회 재원은 얼마 안 된다”=박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그대로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김지태씨가 헌납한 재산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동포까지 많은 분들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면서 “재산 헌납 당시 장학회 규모는 현재 규모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부산일보는 당시 자본이 980배나 잠식돼 자력 회생이 힘들 정도의 부실기업이었고, MBC는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캠프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병철 삼성회장 등의 돈이 출연됐고 1979년까지 장학회 전체 규모가 11억3600여만원으로 늘어나 김씨의 재산은 5.8%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비교 기준이 79년인지, 62년 설립 당시 기준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후보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명백하게 사유재산권이 침해됐다”고 강압성을 인정했다. 과거사위는 62년 6월 말 기준으로 부산일보, MBC, 부산MBC의 주식 가치가 3487만여원이고, 부일장학회 소유 토지는 5039만여원인 반면 이병철 회장(1000만원)을 제외한 스코필드 박사(3만7250원) 등 나머지 금액은 크지 않다고 적시했다.
장학회 성격과 관련해서도 “김씨가 헌납한 재산은 공적으로 관리되고 운영돼야 하나 실제로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됐다”고 발표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부터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달 과거사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스스로 부인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