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文, 단일화 安 마음열기… 핵심 참모 ‘3철’ 선대위서 빼고 새정치위 만들고

입력 2012-10-21 22:56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1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두 장의 카드를 던졌다. ‘새로운 정치위원회’를 발족했고 전해철 이호철 양정철 등 친노무현계 핵심 측근들을 선대위에서 퇴진시켰다.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주장한 정치 쇄신 및 인적 쇄신에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대선에 끝까지 가겠다”는 안 후보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이 59일 남았지만 사실 30일밖에 안 남은 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친노(親盧·친노무현)계 핵심 참모 9인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괄 퇴진한 21일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그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대선까지 59일 남았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감안하면 고작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문 후보가 서둘러 ‘승부수’를 띄웠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 초만 해도 기자들에게 “선대위 팀장급 80여명 중 친노계는 고작 4명에 불과하다”며 친노 퇴진 요구에 반박했던 문 후보가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친노 퇴진을 받아들일 만큼 현 시점이 위기상황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최근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방으로 박 후보와 각을 세우는 와중에 안 후보는 연일 정치쇄신 문제로 문 후보를 압박했다. 이러는 사이 호남에서의 반노(反盧) 여론은 더 거세졌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친노계 ‘2선 후퇴’ 카드가 나왔다. 탈(脫)계파 선대위를 표방했지만 친노 인사들이 요직인 비서실과 기획실 등에 전진 배치된 데 대한 당내 불만이 계속 고조되자 이를 무마할 필요가 있었고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정치권의 인적쇄신 요구에도 호응해야 했다.

퇴진 시점을 ‘새로운정치위원회’ 출범일에 맞춘 것도 당 안팎에 문 후보의 정치쇄신 의지를 보여주려는 포석이다. 퇴진 범위도 당초 전해철(전 청와대 민정수석)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이른바 최측근 ‘3철’에 국한됐다가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겸 수행단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들 9인의 퇴진은 1997년 대선 직전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가신그룹 7인이 “DJ정권이 탄생하면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당시를 연상시킨다. 7인 선언은 DJ의 대통령 당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번에 퇴진한 한 인사는 “우리가 물러남으로써 문 후보가 당내 화합에 한발 다가가고 정치쇄신 작업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내에서는 친노 백의종군이 인적쇄신의 또 다른 축으로 거론된 ‘이해찬·박지원 지도부의 2선 후퇴’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또 문 후보가 정치쇄신 의지를 보인 만큼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물꼬가 터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친노를 털어낸 문 후보는 당장 이날 밤부터 호남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는 등 당심(黨心) 파고들기에 본격 나섰다. 문 후보는 “여러분이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고 민주당이 부족한 부분은 새정치위원회에서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회동에는 전남·북 의원 25명 중 20명이 나왔다. 전남에서는 여수갑·을의 김성곤 주승용 의원 2명이 불참했는데 공교롭게도 안 후보 처가가 있는 곳이어서 뒷말이 나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