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회 조직위원장 “2009년 한국팀 초라한 모습 보고 충격”
입력 2012-10-21 18:32
“스페셜올림픽은 감동이 있는 특별한 올림픽입니다. 1등보다 꼴찌가 더 많이 박수를 받는 유일한 대회가 바로 스페셜올림픽입니다”
나경원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개막 100일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스페셜올림픽은 다른 국제 스포츠 행사와 달리 국민적 관심이 낮고 경비 마련을 위한 기금 조성도 쉽지 않아 그는 요즘 대회를 알리기 위해 발바닥이 닳도록 뛰고 있다.
“사실 스페셜올림픽을 유치해서 대회까지 치르게 된 것 자체가 기적 같아요. 아직 홍보가 부족하긴 하지만 점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고 계십니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구성된 직후 위원장으로 선출된 나 위원장은 대회의 유치부터 깊이 관여했다. 세상에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딸 때문에 장애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04년 지적 장애인을 위한 스페셜올림픽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는 2009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동계 대회를 참관하러 갔다가 한국 대표팀의 초라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보니 한국 대표단의 상황이 정말 열악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장애인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 거죠. 이후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스페셜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관심을 가지면서 저도 관여하게 됐습니다. 마침 제가 정치권에 있었던 것이 정부나 국회의 도움을 얻어내기에 수월했던 것 같아요.”
그는 한국에서 스페셜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과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특히 지적 장애인의 경우 교육을 통해 각각의 재능을 살리면 우리 사회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조직위 직원으로 지적 장애인 2명을 고용했으며 자원봉사자에도 100명 정도를 지적 장애인으로 뽑을 예정이다.
“많은 국민들이 스페셜올림픽에서 지적 장애인들이 뛰는 모습을 보시면 인식이 달라질 겁니다. 지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다만 지적 장애인들은 승부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 대회와 많이 다릅니다. 모두가 승리하는 행복한 올림픽이에요 .”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낙선을 비롯해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 철회,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의혹 등으로 정치인으로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스페셜올림픽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한편 나 위원장의 딸 유나(19)양은 이번 스페셜올림픽의 비스포츠부문 중 하나인 ‘세계청소년회담’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테네 하계 대회에서 의장으로 선발돼 이번 대회에서 연설을 하게 된다.
“엄마 덕에 의장됐다는 오해를 살 것 같은데, 아이들의 투표로 된 거에요. 엄마보다 더 정치적이라니까요. 의장 연설을 앞두고 요즘 딸에게 영어공부를 열심히 시키고 있습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