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타 보니… 가족을 위한 한국형 박스카 안정감·편리함에 반해

입력 2012-10-21 18:22

쉐보레 올란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니다. 정통 SUV처럼 4륜 구동도 아니고, 차체가 낮아 오프로드는 못 뛴다. 그렇다고 미니밴도 아니다. 7인승이긴 하지만 그리 크진 않다. 그래도 사각형 모양의 각진 외모 덕에 디자인만 보면 SUV 느낌이 난다.

쉐보레 올란도를 만드는 한국GM은 이 때문에 ‘신개념 7인승 ALV(Active Life Vehicle)’라는 다소 복잡한 별명을 붙였다. 글쎄. 5일간 쉐보레 올란도를 몰아보면서 받은 느낌은 이거다. 가족을 위한 한국형 박스카.

지난 14일 쉐보레 올란도를 타고 가족과 함께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로 향했다. 요즘 자유로는 일요일에도 차가 많다. 이럴 땐 올란도에 탑재된 2.0 디젤 터보 엔진처럼 경유를 쓰는 차가 더 낫다.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발화점이 높아 불을 붙이기 어렵다. 인위적으로 높은 압축비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 때 강한 저속 토크가 생겨난다. 토크는 엔진을 돌리는 힘을 말한다. 저속 주행이 잦은 도심에선 한국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디젤차가 더 적당하다는 뜻이다.

출판도시에서 출판사들을 순례하고 인근 아울렛에서 옷을 사고 마트에서 장까지 보았다. 책만 두 박스 분량을, 옷가지와 프라이팬 냄비까지 합쳐 짐칸을 가득 채웠는데도 실내 공간이 넉넉했다. 세 살배기 아들 녀석은 뒷열 접을 수 있는 시트 위에서 방방 뛰며 논다. 낮은 차체 덕분에 달릴 때는 안정감을, 짐을 실을 때는 편리함을 선사한다. 가격도 SUV보다 몇 백만원 정도 싸다. 부모님과 자녀들을 태우고 나들이하기엔 딱이다.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초반 소설 ‘올란도’를 썼다.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죽지도 않아 400년을 살게 된 주인공 올란도. 서사시같은 인생을 보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했다는 걸 발견하곤 이후 아이도 낳고 잘 산다.

비록 정체성이 헷갈리더라도 올란도는 꿋꿋하다. 가족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을 위해 나온 차이기 때문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