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10만대 클럽’ 가입 급가속
입력 2012-10-21 18:22
수많은 신차가 쏟아지지만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모델들이 많다. 극심한 내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연말 10만대 판매 돌파를 앞둔 차량이 있다. 한국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는 올해 ‘10만대 클럽’ 예비 주인공은 현대차의 준중형 아반떼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1일 밝힌 1∼9월 자동차 내수 실적을 보면 아반떼는 3분기까지 8만38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9월에만 1만189대가 팔리는 등 매달 꾸준히 1만대를 넘기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10만대 클럽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어로 ‘앞으로’를 뜻하는 아반떼는 1세대 엘란트라를 거쳐 5세대 아반떼 GD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선 아직도 엘란트라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절대강자 아반떼지만 지난 8월에도 2013년형을 새로 선보이는 등 방심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1.6ℓ 엔진으로 140마력의 힘을 내면서 연비는 최고 17.5㎞/ℓ이다.
아반떼의 꾸준한 인기는 스펙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의 기호를 꿰뚫어본 결과다. 세계적으로 준중형의 절대강자는 도요타의 코롤라다. 1966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3700만대가 넘게 팔렸다.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롤라는 유독 한국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1.8ℓ의 엔진을 달고도 132마력으로 아반떼보다 힘이 딸렸다. 아반떼가 6단 자동변속인데 반해 코롤라는 4단을 고집했다. 가격은 아반떼가 1000만원 정도 싸다.
한국의 내수 시장은 연간 100만대 규모인데, 10만대 클럽에 가입했다는 건 단일 모델로 전체 판매 비중의 10%를 차지했다는 의미다. 감히 ‘국민차’라고 말할 수 있다. 반세기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10만대 클럽에 가입한 모델은 단 9개뿐이다. 지난해엔 현대차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와 기아차 모닝이 달성했다. 최초의 10만대 돌파 기록은 엑센트의 전신인 엑셀이 1989년에 세웠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메이커 중에는 한국GM이 1996년도에 경차 티코로 10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르노삼성 역시 2002년 SM5로 딱 한 번 10만대 판매를 넘겼다.
수입차가 단일 모델로 10만대를 넘기는 순간을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수입차 전체 국내 판매 총량이 10만5037대였고, 이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BMW 520d 모델인데, 판매 대수는 5761대 수준이다.
양산형 모델의 승부처가 10만대 클럽 가입이라면, 1만대 클럽은 개성을 담은 차들의 기준이다. 국내 최초 1만대 클럽 가입 차량은 1976년 2월 세상에 태어난 현대차 포니였다. 그해 연말까지 포니는 1만726대가 팔렸다. 당시 현대는 포니 단 하나의 모델로 한국 승용차 시장의 절반을 석권했다. 포니의 엔진은 미쓰비시에서 얻어온 구식 버전이었지만 외관만큼은 최초로 독자적 디자인이 적용된 사상 첫 국산 고유 개발 모델이었다.
개성을 담아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포니의 후예들은 많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해치백 모델의 i30는 9월까지 1만1980대가 팔렸다. 역시 해치백 형태로 생산 모델이 교체된 프라이드도 1만2943대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좌우 2개의 도어만 달고 지붕이 낮아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포르테쿱 역시 같은 기간 1만5519대의 실적을 냈다. 2.0 디젤 엔진을 달고 패밀리밴 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있는 한국GM의 쉐보레 올란도(1만2026대)도 있다. 이들은 한국 자동차 수요 다변화의 신호탄이자 미래 자동차 시장의 개척자들이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