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위기의 청소년 돌보는 박미라 박사 “학교폭력, 성격문제·사춘기 치부 말아야”

입력 2012-10-21 19:08


서울 서부 Wee센터 박미라 박사는 2009년부터 서울 서부지역의 ‘위기의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가해자를 건강한 청소년으로 바꿔 사회에 돌려보내는 것도 박 박사의 임무다. 이 Wee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한 달에 10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약 1000명이 방문했다.

그는 학부모와 면담하는 일을 모든 상담과정에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변해도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는 경험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역촌동 서부Wee센터에서 박 박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청소년들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청소년들이 만나는 위기는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 학교 위기, 가정 위기, 감정 정서 위기다. 이 중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처방과 치료를 위해선 세 가지 위기를 전방위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이 발생할 수 있나.

“좌뇌와 우뇌의 밸런스가 깨지거나 우울 성향, 집중력 지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학교 폭력 등 가정과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성격문제로 돌리거나 사춘기라고 치부해 방치하지 말고 정신의 건강도 바로 챙겨야 한다.”

-학교폭력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는 몰려드는 학생들을 받아내기에 급급한 측면이 있다. 또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부모들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서울 서부 Wee센터를 방문한 361명의 학생들에게 ‘상담치료를 받게 된 이유’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7.0%(242명·중복응답)가 자신의 문제를 ‘정신건강’ 때문이라고 꼽았다. 전체의 67.6%(232명) 학생들은 자신이 집중력 부족이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이들 스스로도 불안, 초조, 우울증 때문에 자신이 상담을 받게 됐다고 자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