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아대책 훈련총재 랜디 호그 “기아의 근본원인은 사람들 간의 갈등 때문”
입력 2012-10-21 20:28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기아인구가 8억7000만명에 달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2년 전에 비해 조금 감소한 수치지만 문제는 이상기후로 곡물 수출국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세계식량보유고가 감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기아대책 국제연대 기도회’에서 만난 랜디 호그(55) 국제기아대책 훈련총재는 세계 곡물비축량이 197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지구촌에 재난사고가 날 경우 식량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세계 기아의 원인은 가뭄이나 지진 태풍 등의 천재지변보다 전쟁과 내전 등 인간이 만든 갈등 때문에 더 많이 야기된다고 말했다. “기아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질 부족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갈등 때문에 생깁니다. 또 가난한 사람이 갖고 있는 세계관(가치관) 때문에 가난의 굴레가 계속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제3세계에 ‘떡과 복음’을 전하는 기아대책은 식량구호뿐 아니라 개인과 지역사회가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정신을 가르쳐주고, 영적·정서적·사회적 측면을 돌보는 전인사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역자를 훈련시켜 선교지에 직접 파송하는 한국기아대책은 기독 NGO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구호현장에서 많은 나라에 생생한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 급격히 성장한 나라입니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된 모델국가입니다. 그 바탕엔 새마을운동과 협동정신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정신이 있습니다. 이것은 200년 전 미국의 강점이었으나 미국은 지금 잊어버렸습니다. 한국은 긍휼한 마음과 정이 많고 개척자 정신과 종교성이 강한 영적인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기아대책 국제연대 기도회에 참가한 7개 나라 30여명의 리더에게뿐 아니라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도 섬기는 리더, 기도하는 리더를 주문했다. “예수님은 직위를 갖고 있지 않으셨고 섬기셨습니다. 5000명을 먹이실 때도 우리가 이미 갖고 있던 것으로 기적을 만드셨습니다.”
또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4시간씩 기도하셨던 가나안 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님을 존경합니다. 장로님은 3시간59분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고, 자신을 위한 기도는 1분만 하셨습니다. 우리들은 보통 그 반대로 기도합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가 세계의 기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세 때 멕시코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다. 기아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기아의 고통을 알게 됐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제 눈이 열려 다른 세계를 보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 뿌려진 씨앗이 내 안에서 계속 자랐어요. 세계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그는 27세 때 공인회계사란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볼리비아 선교사로 헌신했다. 이후 볼리비아기아대책 대표, 국제기아대책 3대 총재를 역임했다. 2001년 총재 취임 당시 최연소란 기록을 세웠다.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이 되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세계를 다니며 알리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 강연과 집회인도를 하고 31일 출국한다.
제주=글·사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