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새 정치 외치더니 MB·DY계 줄영입… “쇄신과 거리 멀다” 지적도
입력 2012-10-19 19:09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기성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안 후보 캠프에는 기존 정치권 주변을 맴돌던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영입의 원칙’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 후보는 19일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이태규씨를 캠프 미래기획실장으로 임명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측근인 이 실장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 전략기획팀장으로 현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김성식 전 의원을 영입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의원 역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류국가비전위원을 맡아 공약을 만들었다. 안 후보는 지난해 정치권에 뛰어들며 “현 집권세력이 벌인 일련의 일이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게 했다. 거기에 대해선 대가를 치르게 해야 역사가 발전한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가를 치러야 할 대상이라 지칭한 새누리당 출신 인사,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인사들을 영입하는 모습은 당시 발언과 상충된다.
안 후보는 또 비서실 부실장에 정기남 국가비전연구소장을 임명했다. 정 실장은 2007년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공보실장을 지냈다. 지난 4·11 총선 때는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안 후보 수행팀장인 허영씨도 4·11 총선 때 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인사다.
캠프 정책포럼의 김근식 교수도 18대 국회 전주덕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선캠프에서 활약한 인사들도 여럿 영입했다. 강도 높은 쇄신을 하라고 주문한 민주당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인사들을 캠프에 영입하는 게 과연 쇄신이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한편 안 후보 캠프가 후보 발언 중 민감한 부분을 삭제한 뒤 기자들에게 전달해 ‘발언 마사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안 후보는 18일 강원도 속초에서 시민들과 번개 미팅을 가졌다. 대화 내용을 캠프 대변인실이 언론에 배포했지만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로 읽힐 수 있는 ‘두 달 더 기대해도 좋다’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었다. 이에 기자들이 항의하자 대변인실은 해당 내용을 포함한 자료를 재배포했다. 안 후보 캠프는 이달 초에도 발언 중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가 ‘검열 논란’을 일으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