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에 허찔린 軍, 전화귀순 유도… ‘똑똑똑’ 후속 조치로 철책에 전화기 설치 확대 졸속 논란

입력 2012-10-19 21:51

군 당국이 19일 동부전선의 북한군 병사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앞으로 우리 측 초소 문을 두드리지 말고 전화를 건 다음에 남측으로 넘어오라는 것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졸속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안전한 귀순 유도를 위해 전방 철책 지역에 귀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와 인터폰을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귀순자 예상 이동로를 분석해 길목마다 귀순자의 행동 요령을 설명하는 ‘귀순 안내간판’도 충분히 설치하겠다고 했다. 귀순자가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까지 와서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히기 전에 우리 군과 접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비무장지대(DMZ) 최전방에 설치되는 추진 철책과 GOP 전방 철책 앞쪽에 ‘귀순자 유도함’도 추가로 마련된다. 이 함에는 귀순 안내문과 백색 깃발, 야간 식별띠 등이 비치된다.

하지만 삼엄한 경계를 뚫고 우리 군에 접근해야 하는 귀순자가 한가하게 전화를 사용할 여유가 있겠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귀순자 유도 인터폰은 이미 철책 지역에 일부 설치돼 있지만 이를 이용해 귀순한 경우가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이 때문에 ‘노크 귀순’에 곤욕을 치른 군이 ‘전화 귀순’이란 안이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이와 함께 경계감시 사각지대를 재분석해 경계초소의 위치를 조정하고 수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GOP 경계근무 인원은 10% 증원하며 일부 지역은 감시소대를 새로 편성하고 취약 시기에는 GOP 대대별로 1개 중대 규모의 증원부대를 투입키로 했다. 경계부대원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교대주기도 단축할 방침이다.

경계근무 병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GOP 과학화 무인경계시스템 도입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14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열상감시장비(TOD)도 수를 늘려 배치하고 GOP에 울타리, 적외선 감지기, 경계등, CCTV 등을 함께 구축하는 GOP 방호시스템은 내년부터 도입한다.

그러나 중부전선에서 시험운영 중인 과학화 무인경계시스템은 오작동과 고장이 잦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에 따르면 육군의 GOP 과학화 시스템 시험평가에 참여한 기업 제품들은 평가 중에 잘못된 경보가 238차례나 울리는 등 결함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일 발생한 ‘노크 귀순’ 사실을 11일에야 보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