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롬니 자선행사 동석… 모처럼 격의없는 ‘유머 대결’
입력 2012-10-19 19:09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가벼운 농담과 유머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놀리는 시간을 가졌다. 1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알프레드 스미스 메모리얼 자선 만찬에서다.
이 행사는 천주교 뉴욕교구가 뉴욕의 빈곤층과 환자를 돕기 위해 매년 주최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통령 후보들이 참석해 연설하는 게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전통이다.
먼저 흰 나비 넥타이와 연미복 차림으로 연단에 선 롬니 후보는 “마침내 아내 앤과 내가 집에서 입는 복장으로 휴식을 취하니 정말 좋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통령을 오늘 데리고 나오기를 고대했다. 왜냐하면 그는 어떤 것에도 잘 웃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열린 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 바이든이 폴 라이언 공화당 후보가 말을 하기만 하면 황당하다는 듯 능글스런 미소를 짓거나 이빨을 크게 드러내며 웃은 것을 비꼰 것이다.
롬니는 이어 “이처럼 힘든 선거를 치르는 가운데 나와 대통령이 각각 믿고 의지할 한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그 한 사람은 나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앤, 오바마 대통령에겐 빌 클린턴이다”고 농담했다.
롬니는 자신을 불공정하게 다룬다고 느껴온 언론에 대한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내가 주요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앞서가면 제목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것은 ‘오바마가 뒤에서 이끌고 있다’다.”
그는 이어 “오늘 이 만찬 자리에 대한 보도 내용도 이미 알고 있다”며 “그것은 ‘오바마는 천주교인들에게 환영받았고, 롬니는 부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라고 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분, 자리에 꼭 앉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의자를 보고 고함을 칠지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만찬장에는 박수와 함께 폭소가 터졌다. 지난 8월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명 배우 이스트우드가 빈 의자에 오바마가 앉아 있는 것처럼 의자와 대화를 나눈 퍼포먼스를 풍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농담의 백미는 1차 토론회에서 자신의 완패를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는 “여러분들 다 보셨겠지만 2차 토론회에서 나는 에너지가 넘쳤다. 왠지 아느냐? 그건 1차 토론회 내내 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