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은행 통합 감독체제 합의… “2012년 법적 틀 만들고 내년 중 운영 시작”

입력 2012-10-19 23:44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모든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단일 체제가 마련돼 유로존 구제기금이 회원국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된 정상회의 첫날 내년 중으로 ECB를 통한 단일 감독체제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이 올해 말까지 ECB가 관할하는 단일 감독체제의 법적 틀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중에 감독체제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 달 12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도 “ECB가 (늦어도) 2014년 초부터는 유로존 내 모든 은행에 대해 실제 감독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6000여개 은행들에 대한 단일 감독체제가 구축되면 유로존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회원국을 거치지 않고 회원국 은행에 직접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은행 위기가 해당국의 부채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고, 부실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부채가 누적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 금융시장은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통합 감독체제가 핵심적인 방안이라고 진단해 왔다.

단일 감독체제 출범은 EU가 추구하는 은행연합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EU는 이후 유로존 공동 예금자보호, 부실은행 워크아웃 및 청산 체제를 갖추는 등 재정연합을 향한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EU 경제권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 정상은 7시간 동안 개별 회담을 갖고 이견을 조율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내년 1월부터 유로존의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한 단일 감독체제를 구축하자고 요구해 온 반면 독일은 금융계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형 은행들만을 우선 감독 대상으로 선정해 천천히 시행에 들어가자며 맞서왔다.

한편 영국과 헝가리 같은 비유로존 EU 회원국들은 자국 은행이 상대적으로 불안전해 보이는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동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예금자들이 ECB의 감독을 받는 은행들로 몰려갈 수 있다며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어렵게 합의된 단일 감독체제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