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살아남는다… 대기업 계열사들 합병 봇물
입력 2012-10-19 18:51
‘뭉쳐야 산다.’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계열사들을 합치며 전열을 가다듬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18일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의 합병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이달 초 롯데햄을 롯데삼강에 합치는 등 최근 3년 동안 10건의 계열사 합병을 단행했다. 내년 초까지 추가로 합병 대기 중인 곳도 3∼4곳에 이른다. 롯데역사가 롯데쇼핑에 흡수될 것으로 보이며, 식품계열사들도 롯데삼강을 중심으로 뭉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잇단 합병은 롯데가 최근 몇 년 동안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에 자회사 형태로 뒀던 회사들을 통합하는 자연스러운 절차다. 하지만 최근 롯데가 비상경영을 선포한 만큼 그룹 전반에 걸친 재조정 작업을 진행하며 계열사 합병을 통해 경영내실화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도 18일 반도체 관련 자회사인 세메스와 세크론, 지이에스 3개사의 합병을 발표했다. 3개사의 통합으로 매출 1조원대, 종업원 1600여명의 거대 반도체 장비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올해 안에 현재 70여개인 계열사 중 10곳 정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던 포스코 역시 살림 합치기에 한창이다. 지난 10일 스테인리스 가공 계열사인 포스코AST와 포스코NST를 합병하기로 확정했다. 또 플랜트업체인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STX그룹이 지난달 STX메탈과 STX중공업을 합병하기로 결정했고, CJ그룹도 물류업체인 계열사 CJ GLS와 CJ대한통운을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의 계열사 합병과 분할은 경기 흐름과 관계가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신성장 사업 육성을 위해 계열사를 분할하는 경향이 있고,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조직이 위축되면 체질 개선과 적정 수준의 규모 유지를 위해 합병 사례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에 따른 장단점도 분명하다. 기업분할로 조직 규모를 작게 운용하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합병은 유사한 사업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계열사 간의 합병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불필요한 지출 억제와 자원 공유를 통한 효율성 향상, 사업역량 집중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합병 움직임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병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폐합을 하게 되면 양쪽의 동일한 중복기능을 하나로 묶어 인력 효율화를 노릴 수 있다”며 “1+1이 2가 아니라 1.5가 되는 것으로, 인력구조 조정은 통폐합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