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국제 위상 재확인… 북핵 논의 주도적 참여 토대
입력 2012-10-19 22:11
한국, 15년 만에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재진출
우리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15년 만에 다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엔 무대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가 일궈낸 또 하나의 쾌거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 배출과 잇따른 국제회의 유치에 대한 견제심리를 극복하고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돼 한층 강화된 국제 위상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193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2차 투표에서 149표를 얻어 2년 임기의 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 임기는 내년에 시작된다.
◇다자무대 주도적 참여 계기=우리나라는 반 총장 임기 중에 안보리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다자외교의 전성기를 열게 됐다. 우리 정부의 외교 지평 역시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안보리 이사국이 되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진출로 우리나라는 국제분쟁, 환경 및 보건, 테러 등 국제문제에서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김숙 유엔대사는 “안보리 1차 진출이 유엔 외교의 학습기였다면 이제는 양적, 질적으로 성숙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도 “비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이 없는 것을 제외하곤 상임이사국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며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이슈 논의에도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만큼 한반도 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북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당시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어서 유엔의 제재 논의에 깊이 참여할 수 없었다. 아울러 다자외교 차원에서도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 영토분쟁 등 양자 차원에서 해결이 힘든 사안들은 다자외교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한국이 글로벌 위기를 관리하는 가교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제임스 프리스텁 미 국방대 전략문제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코리아를 향한 또 한번의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긴장 놓지 않은 득표전=유엔대표부 당국자는 이사국 선출 뒤 “토끼 사냥에도 최선을 다하는 호랑이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가 캄보디아, 부탄을 제치고 안보리에 진출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비쳐진다.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 공적개발원조(ODA) 등에서 이들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세계 목소리가 큰 유엔 특성상 싸움은 만만치 않았다. 유엔 내부에서는 반 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을 잇따라 배출한 한국을 시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당초 전체 표의 3분의 2를 얻어 1차 투표에서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캄보디아와 2차 투표까지 간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또 독도 갈등 이후 일본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지지 철회 주장도 우려할 만한 요소였다. 안정권에 무난히 들었다고 보면서도 선거 당일까지 총력전을 펼친 것은 물론 2차 투표에 대비한 전략을 별도로 마련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 2015∼16년 임기의 이사국 진출을 추진해온 일본은 다음 선거에서 우리 도움이 절실했던 만큼 특별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안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유엔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 질서유지에 1차 책임을 지고 전 세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국제분쟁 조정과 해결 권고, 분쟁지역 군대 파견, 침략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무력 사용 승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회원국에 대한 법적, 강제적 권한을 갖는 만큼 상위기구인 총회와는 영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임기에 제한이 없고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P5)과 대륙별로 할당된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의장국은 이사국들이 알파벳순으로 한 달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의장국을 맡게 된다. 한국은 유엔 가입 5년째인 1996년부터 2년간 비상임이사국으로 한 차례 활동했다.
국제사회의 요구도 과거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분담금과 평화유지군(PKO) 파병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부담하는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은 연 5300만 달러(11위), PKO 분담금은 1억8000달러(10위)다. 김 장관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한다는 측면에서 활동해야 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배병우특파원, 최현수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