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밀주의 베일 벗겨지나… 美법원 ‘재무정보 공개’ 명령
입력 2012-10-19 18:44
애플이 그동안 영업기밀로 주장하며 감춰왔던 재무정보를 공개할 위기에 놓였다.
19일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17일(현지시간) 애플이 신청한 재무정보 비공개 요청을 기각하며 “아이폰과 관련된 매출, 수익, 이익률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고 판사는 이 건과 관련해 애플 측이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점을 들어 공개 집행을 항소법원 판결 이후로 유예했다.
아이폰 관련 재무정보가 법원에 제출되면 그동안 애플이 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지켜온 경영상의 노하우가 경쟁업체들에 공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 명령의 의미를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3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매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를 상대로 지나친 ‘단가 후려치기’를 하며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의 판매가 대비 원가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이번 공개명령에서는 재판에 쏠린 세간의 이목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고 판사의 부담감을 엿볼 수 있는 언행들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새너제이 법원이 삼성-애플 소송에서 여느 재판과는 달리 영업자료 등 민감한 주요 증거에 대해 당사자들의 비공개 요청을 쉽게 받아들여 미국 법체계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재무공개 명령은 로이터의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고 판사는 판매금지 예비절차와 재판의 공개조사를 위해 애플의 재무공개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에서 증명된 것처럼 이 재판부의 결정에는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애플의 삼성전자 제품 28종에 대한 판매금지, 손해배상액 추가 요구와 관련해서도 “(애플이 요구한) 조치들은 스마트폰 산업과 소비자, 일반 국민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례 없는 언론 보도에서 보듯 이번 재판은 대중의 이해관계까지 얽힌 비정상적인 재판”이라고 덧붙였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