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콘서트 여는 조하문 “노래는 이제 고통, 하지만 아픈 영혼 위해…”

입력 2012-10-19 18:09


“저 노래하는 거 아주 싫어합니다. 저한테 그거(노래) 하라는 건 고통입니다.”

가수 조하문(53)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가수가 노래하는 게 싫다니. 그룹 ‘마그마’의 리드보컬로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무대를 호령했던 그다. ‘해야’ ‘이 밤을 다시 한번’ ‘눈 오는 밤’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등 그가 불렀던 히트곡들은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고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KBS2TV ‘불후의 명곡2’에 전설 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목사가 됐다는 건 어부 베드로가 그물을 버린 심정과 같습니다. 제가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번 당신과 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노래하고 나면 25년 전 생각들이 떠오르며 나의 정신을 한번쯤 괴롭히고 갑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그러나 무대 뒤 한편에서 내면의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처했다는 것. 당시 38세이던 그를 극적으로 살린 게 성경말씀 한 구절이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최고의 스타로 누려왔던 부와 명예를 내려놓고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거리의 여성들, 교도소, 병원,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 마약중독자 보호감호소 등을 대상으로 특수 사역을 펼쳤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2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새빛맹인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시각 장애인들을 섬겼다. 그리고 2003년 캐나다로 이민, 장애인공동체 ‘파티시페이션 하우스’에서 협력목사로 일하며 한인교회를 6년간 담임했다. 음악으로 복음을 전하는 ‘가스펠하우스밴드’를 만들어 북아메리카를 순회하고 1000여회에 걸쳐 전 세계를 돌며 전도자로 활동했다.

듣고 보니 그는 더 이상 가수가 아니었다. 조 목사는 “나에게는 설교문을 작성하고 새벽기도 주일설교에서 말씀을 토해내는 기쁨이 있다”며 “그것은 은혜를 받아 목회자가 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조 목사가 그 싫다는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하나님이 한국인으로 나를 만들어준 이유가 무엇일까. 젊었을 때 음악을 통해 사랑받게 하셨고 목사가 되어 말씀을 전하는 종으로 세우셨는데 지천명을 넘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지난해 귀국하기 전 ‘when, where, what’(언제 어디에서 무엇을)을 놓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그에 대한 응답이 바로 한국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상처받는 영혼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조 목사는 교회가 아닌 ‘사랑의빛공동체’를 지난 6월 개척했다. 마음과 영혼에 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만나 예배하는 모임이다.

“공동체를 이끌다 보니 이 땅에 아픈 영혼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저처럼 분노와 두려움 절망, 소유욕, 우울증, 조급증 등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조 목사는 다음 달 11일 중앙대 중대아트센터에서 회복과 치유가 있는 ‘힐링콘서트’를 연다. 이어 12월 1일 연세대 대강당, 12월 16일 중대아트센터에서 한 차례 더 콘서트를 열고 전국으로 나선다. 뮤지컬 배우 김선영, 탤런트 하희라 등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힐링콘서트에서 조 목사는 히트곡을 부른다. 또 아팠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며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요즘 기타를 다시 고쳐 메고 5인조 밴드에 맞춰 목사가 아닌 가수 코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습니다. 힐링콘서트를 위해 10곡의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도 걱정이고요. 하지만 그것을 이뤄 가실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이 길을 가야지’라고 하시면 순종하며 따라가야죠. 부르기 싫어도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번…’ 노래해야 하고요.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서 감사와 긍휼 회복 치유가 일어난다면 저는 끝까지 목사와 가수를 왔다갔다 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 것입니다. 저는 부르심을 받은 전도자이니까요.”

힐링콘서트에 관한 문의는 사랑의빛공동체 홈페이지(agapebit.com·02-332-5038)로 하면 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