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 미완성이 명품으로… ‘K 무기’의 굴욕

입력 2012-10-19 21:55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자신 있게 선보였던 K-21 장갑차. 3년이 지난 지금 무기 전문가들은 이 장갑차를 ‘명품 무기’가 아니라 ‘결함투성이’라고 부른다. 세계 최초의 25t급 장갑차, 수상운행 능력도 가진 다목적 전투차량, 40㎜ 자동포와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장 때부터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이 장갑차는 적 전차는 물론 헬기까지 파괴가 가능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됐다.

그러나 2010년 7월 29일 전남 장성에서 실시된 도하훈련에서 K-21 장갑차는 강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다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베테랑 부사관 운전요원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부력이 약하고 파도막이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배수펌프도 멈춰버린 것이다. 사고를 조사한 전문가들은 “총체적 부실”이라고 했다.

몇 번 같은 종류의 사고가 났음에도 군은 제대로 결함 점검을 하지 않았다. “설마 또 서겠어” 하는 심정으로 이 장갑차는 계속 운행됐던 것이다. ADD는 1999년부터 이 장갑차 개발에 905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설계 초기부터 허점투성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당 가격은 무려 38억원이었다.

전력화 작업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 장갑차는 올 초 다시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은 “장갑차에 장착된 근접센서가 사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파손된다”며 또다른 결함을 폭로했다. 안 의원은 “무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군 당국과 방사청은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비단 K-21 장갑차뿐만이 아니다. 국산 기술로 개발된 K계열 무기치고 큰 문제점이 없는 무기가 없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하자투성이 국산 무기들이 전력화되면서 수리 비용에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상황이다. 2148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K-2 전차는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문제로 양산은커녕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복합소총’이라고 홍보됐던 K-11은 ‘결함집합 소총’이라 불리기도 했다. 총의 생명인 화기와 사격통제장치가 거듭 문제를 일으켜 전량 리콜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개발은 했지만 끊임없는 하자로 납품 자체가 중단된 케이스도 부지기수다.

국산 무기에 왜 이런 오류와 결함이 멈추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군대 특유의 실적주의가 만연하면서 ‘빨리빨리, 대충대충’ 풍조가 무기 개발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예산, 과도하게 요구된 성능, 빠른 개발시한 등이 겹치면서 항상 ‘미완성’ 무기가 ‘명품’으로 둔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차 파워팩 개발에 선진국이 10년을 들인다면 우리는 3년 내지 5년 만에 만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