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서울 ‘허브 도서관’ 개관 환영

입력 2012-10-19 18:20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

서양 근대철학의 창시자인 프랑스 르네 데카르트(1596∼1650)의 말이다. 독서의 효용을 함축하고 있는 금언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게 유익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공개한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18세 이상 성인 중 1년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66.8%였다. 10명 중 3명 정도는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성인 독서율은 2007년 76.7%, 2009년 71.7%였으니 갈수록 하락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은 평일 평균 여가시간(194.8분) 중에서 25.9분(13.3%)을 독서하는 데 사용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그 비율이 8%로 떨어졌다. 세계 30개국 13세 이상 3만명을 대상으로 인쇄매체 접촉시간을 조사했더니 한국이 주당 3.1시간으로 꼴찌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독서량이 국가의 지적역량, 문화역량과 비례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부끄러운 결과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뒤흔든 것에 고무돼 우리의 문화역량이 세계수준을 넘보게 됐다며 들뜨기만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독서량이 적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장시간 노동과 술자리 문화, 인터넷과 게임·영상물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그것이다. 스마트폰 보급도 독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독서문화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적은 것도 문제다. 2010년 문화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은 인구 6만6556명당 1개꼴로 독일(9902명), 영국(1만3589명), 미국(3만2845명)에 크게 뒤진다. 서울은 인구 9만명당 1개꼴이다.

정부가 공공도서관을 해마다 확충해 가고는 있지만 발걸음은 더디다. 오는 26일 개관하는 서울도서관이 반가운 이유다. 서울시청 신청사 바로 앞에 있는 옛 시청사 본관을 리모델링해 둥지를 튼 이 도서관은 서울시가 설립한 첫 도서관이다.

서울도서관은 연면적 1만8711㎡에 지상 1∼4층 규모로 장서는 20만권, 열람석은 390석을 갖췄다. 국립중앙도서관(도서류 기준 총 590만권)이나 서울대도서관(450만권), 국회도서관(320만권)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지만 상징성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위치가 탁월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어느 곳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 쉬운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우리 도서관들은 부지마련 비용 때문인지 한적한 곳에 있는 게 대부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가기에 애매한 곳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만 봐도 그렇다. 도서관은 마음 단단히 먹어야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오다가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도서관은 좋은 모델인 셈이다.

서울도서관이 내걸고 있는 목표도 기대가 가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 도서관을 서울지역 도서관의 중심도서관이자 도서관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허브(hub) 도서관이라 표방하고 있다. 서울의 320여개 주요 도서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도서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심점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든다”고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말했다. 그런 독자들이 좋은 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도서관의 역할이다. 서울도서관이 ‘책 읽는 서울’을 구현해 가는 중심축이 되길 기대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