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결혼] 욕심 대신 말씀 따라… 하나님 보시기 좋게

입력 2012-10-19 17:46


이달 말 결혼하는 회사원 강모(29·여)씨는 주일학교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강씨가 예식장 대신 교회를 택한 것은 결혼을 ‘예배 예식’으로 드리고 싶어서다. 친구들 중에는 웨딩홀 결혼에 비해 교회 결혼이 대관료 등은 싼 편이지만 장식비용이나 식대가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개의치 않고 예식 장소를 교회로 선택했다. 강씨는 “평생에 가장 의미 있는 날인데 무엇보다 성스럽게 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예식장에서도 기독교 예식이 가능하나 시간이 촉박하고 복잡한 데다 형식적인 절차 같아 보여 교회에서 결혼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전도사 김모(31·여)씨는 ‘결혼 필수품목’으로 꼽히는 혼수와 집 장만을 모두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해결했다. 청첩장과 결혼반지 이외에 함과 이바지, 폐백을 모두 생략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결혼식은 담임목사 주례로 교회에서 한다. 그는 “신혼집은 월세로 마련하고 혼수는 2년간 자취했던 가구로 갈음해 크게 준비할 것은 없었다”며 “향후 미국 유학을 계획 중이라 예비 신랑과 주도적으로 결혼준비를 했으며 전도사인 까닭에 결혼은 당연히 교회서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낙엽처럼 청첩장이 날아오는 결혼의 계절이다. 결혼은 남녀가 소중한 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이지만 준비과정부터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경우도 꽤 된다. 신혼부부를 위한 혼수가 종종 양가의 체면치레나 지위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못된 혼수 문화가 결혼 당사자나 양가의 갈등을 불러 파혼케 되거나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의 의미가 점차 퇴색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기독교인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결혼과 가정에 대한 비유나 가르침이 많음에도 정작 말씀을 중심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나님을 의식하기보단 부모의 주도 아래 세간의 눈을 의식해 결혼식을 올리기 십상이다.

결혼식을 ‘하나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예배’로 여기던 인식도 예전에 비해 옅어지는 분위기다. 예비 신부들이 많이 모인다는 포털 온라인 카페에는 기독교인임에도 “부모님이 예식장소로 권하는 교회에 가 보니 예쁘지 않다. 꾸미는 데 돈 많이 들까 걱정”이라거나 “기독교 예식이 너무 길고 지나치게 엄숙하다” 등의 댓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강씨처럼 예배의 의미를 중요시한다는 내용도 있었으나 일반 예식장에서 약식 기독교 예식으로 진행하는 걸 선호한다는 글도 많았다.

성경은 결혼을 하나님이 준비한 배필을 얻고 부모를 떠나 배우자와 연합해 한 몸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창 2:18,24, 막 10:7∼8, 엡 5:31). 또 성경은 결혼을 하나님의 창조질서이자 연합(마 19:4∼6)이라 정의한다.

가정사역 전문가들은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에 제시된 말씀에 충실하게 결혼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은 “‘하나님이 보시기 좋은 결혼’을 하려면 바라는 배필을 찾기보단 스스로 ‘돕는 배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가 내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불평과 불만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갈등의 씨앗이 된다”며 “호화로운 결혼 준비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하나님께서 상대방을 주신 목적 파악, 소통방법, 갈등해결 방법, 가족관계를 먼저 익히고 결혼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결혼 당사자가 결혼식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이사장은 “부모가 주체로 나서게 되면 자녀 결혼식장이 부모의 신분과 위신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만 신경 쓰는 결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혼준비에 빚을 내는 등의 과소비를 방지하려면 자녀들 스스로 예식보다 결혼 예비 교육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결혼의 의미를 예식에 더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신산철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사무총장은 “기독교인은 흔히 혼인을 언약이라 하는데 결혼식에도 이 표현에 걸맞은 순서를 준비해 예식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주제로 한 덕담노트를 준비 하거나 양가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직접 작성한 혼인서약을 낭독하는 등 의미를 담은 순서를 진행했을 때 많은 하객들로부터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준비하느라 바쁘겠지만 결혼과 가정의 시작이란 의미를 담은 절차를 준비해 기독교인만의 결혼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혼의 원리와 기독교 세계관을 이해해야 올바른 결혼문화를 세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승애 고신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상의 결혼문화를 요약하면 ‘조건 대 조건의 결혼’인데 기독교 결혼문화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의 가정’을 세우는 것”이라며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결혼의 원리인 ‘떠남과 연합’대로 살아야 건강한 기독교 결혼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함 교수는 “결혼한 자녀는 영육 간에 부모를 떠나 배우자와 하나 돼야 하고, 부모는 자녀를 떠나보낸 뒤 부부로 잘 연합토록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원리가 잘 작동되면 결혼식에서 허례허식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연스레 신앙과 부모 공경 문화가 전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