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배의 말씀으로 푸는 건강] 공황장애

입력 2012-10-19 17:42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한 사원에서 임금님을 알현키 위한 옛 신하처럼 가파른 계단을 기다시피 오르며 떨어질까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병원에선 검사를 위한 채혈을 준비할 때 주사기만 보고도 미리 겁에 질려 쓰러지는 분들이 간간이 있습니다. 이처럼 높은 곳이나 뱀, 피 등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걸 공포증이라 합니다. 왜 학창시절 발표순서가 다가오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었던 경험이 누구라도 있지 않습니까. 낯선 사람들 앞에 서거나 평가받는 상황에 부닥치면 당황하게 마련이죠.

남성보다는 여성, 20∼30대에게 주로 발병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부의 자극이 없음에도 익숙한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나타나거나, 이러한 무서운 느낌이 다시 올까 두려워 힘들어하는 질병이 있습니다. 기부천사로 불리는 가수 김장훈씨나 코미디언 이경규씨를 비롯한 몇몇 연예인이 앓는다고 해서 최근에 널리 알려진 공황장애가 바로 그것입니다.

“회사에 가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꽉 조이며 꼭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데요. 속도 메슥거리고 손발이 저려오고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몹시 불안합니다.” 37세의 회사원 K씨는 얼마 전 출근길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털어놨습니다. 공황발작이라 불리는 이런 증상은 단지 수분 정도 지속될 뿐이지만 강렬한 공포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심리적 증상에 사람들은 압도당합니다. 또한 심장이 뛰고 땀이 나고 떨리며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신체적 증상들이 동반되죠. 과호흡으로 인한 비현실감에 더해 이러다 자제력을 잃고 미치는 건 아닐까,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근심이 뒤따릅니다. 질병이 없음에도 심장마비가 두려워 운동을 중지하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겠거니 생각하고 직장을 그만두거나 발작에 대비해 응급실이 있는 병원 옆으로의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입니다.

전체 인구의 1∼2%에서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이 두세 배 많고 20∼30대에 주로 발병합니다. 약간의 유전성이 있으며 광장공포증이니 범불안장애니 하는 불안과 연관된 질병으로 분류됩니다. 실제 위협적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필요한 신체의 방어기제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대한 몸과 마음의 센서가 과도하게 민감하게 작동하거나 오작동하는 경우엔 대비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 공황발작과 불안 증상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란, 증상들이 심각한 신체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안정제 투여로 발작이 곧 주저앉는다는 것을 알게 하고 복식호흡 훈련과 긴장이완 훈련,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에 대한 점진적 노출 등을 반복 훈련하는 기법입니다.

하나님과의 소통, 담대함으로 불안 떨쳐내야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히 울려나는 외침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불안은 인간이 하나님의 품인 에덴을 떠나면서부터 늘 있어 왔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연한 불안을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두려움으로 바꿔야 하는 일입니다. 종내에는 경외감으로 두려운 게 아니라 사랑으로 하나였던 하나님과의 단절을 두려워 할 일입니다. 두려움의 반대는 담대함이 아닙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사랑입니다. 사도요한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완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기 때문입니다.”(요일 4:18)

<대구 동아신경외과원장·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