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고무탄과 매뉴얼
입력 2012-10-19 18:18
살상 가능성이 낮거나 없으면서 사람을 제압하는 무기를 비살상무기라고 한다. 고전적인 것으로는 우리의 경찰봉 같은 경봉을 들 수 있다. 비살상무기 개발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로 시위·폭동 진압을 위해 만들어졌고, 종류도 다양하다.
위키백과 등에 따르면 전기충격기, 그물총, 섬광탄, 최루제, 고무탄, 물대포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충격기 형태인 테이저건은 최대 사거리가 10m에 달한다. 그물총은 시위대를 그물로 잡을 때 사용하고, 섬광탄은 빛과 소음을 내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기다.
최루제는 감각기관을 자극해 통증과 마비를 초래하는 화합물이다. 군사정부 때 사과탄, 지랄탄(다연발탄), 페퍼포그(후추연막) 등으로 만들어져 진압장비로 악명을 떨쳤다. 한때 ‘탄아탄아 최루탄아/정의의 광장을 부수지 말라/주책없이 터지는 연막 속에서/민족의 영혼은 통곡한다’는 노래까지 등장했다. 화재진압용인 물대포는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폭동진압 때 등장했다. 우리 경찰은 CS분말을 녹인 최루액을 물대포에 넣어 썼다. 대단한 ‘응용 능력’이다.
비살상무기 가운데 가장 안전한 것은 미군이 지난 3월 공개한 ‘ADS 광선’이라고 한다. 강력한 전자기 광선을 발사해 사람을 제압하는데, 1만 번 이상 실험에서 부상 사례가 두 번밖에 생기지 않았다. 군중 해산, 외곽 경계 등에 적격이란다. 사거리는 1㎞.
고무탄은 일정한 거리 안에 있는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개발됐다. 다른 비살상무기에 비해 신체 피해 정도가 심한 편이다. 해외 독재정권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시위 진압을 위해 고무탄을 무차별 사용했다. 우리 경찰은 1991년 11월 시위 대들의 파출소 습격이 잦자 고무탄 사용을 결정했다. 당시 경찰은 프랑스제 고무충격권총을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고무탄이 3㎜ 베니어판을 관통할 만큼 충격이 커서 자체개발했다.
지난 16일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민이 흉기를 들고 저항하다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고 숨졌다. 어민이 숨진 것은 안타깝지만 동영상을 보면 해경의 고무탄 발사는 정당한 법 집행임이 분명하다. 중국 어민의 영해 침범과 폭력적인 단속 방해가 계속된다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