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진 두 판결

입력 2012-10-19 18:16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가 흉악범 처벌과 음란물의 기준에 대해 내린 판결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두 건의 판결이 공교롭게도 같은 법원의 같은 재판장이 내린 것이어서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법 해석을 둘러싸고 특정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의 재판은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조선족 오원춘에 관한 항소심이다. 1심의 사형선고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인육 공급을 위한 살인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불우한 환경에 자란 점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인육매매가 아니더라도 시신을 358개 조각으로 잘라 훼손할만큼 잔혹한 범죄라면 극형에 처해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일반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얼마나 더 끔찍해야 하느냐”는 피해자 가족의 절규에 공감한다.

물론 사형이 능사가 아닌 줄 안다. 15년째 집행하지 않아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그래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강력범이 날뛰는 세상에 법의 준엄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음주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듯 ‘불우한 환경’도 더 이상 양형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남성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고려대 박경신 교수에 대한 무죄 선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발기된 남성 성기 사진이 3분의 2를 차지해 음란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은 “학술적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비켜갔다. 누구나 들락거릴 수 있는 블로그에 대문짝만한 성기 사진을 올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지 의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음란물이 판치는 인터넷 공간에 외설시비를 부르는 내용물의 게시는 극도로 제한돼야 한다. 자칫 사법 불신을 가져올 수 있는 두 판결이 상고심에서는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