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간단체 지원사업 ‘복마전’

입력 2012-10-18 22:23

서울시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선정 기준이 모호해 사업성과가 낮아도 2∼3년 연속 선정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정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돼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시의 ‘2011년 민간단체 시정참여사업 지원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21억83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138곳 중 72곳(52.2%)이 사업 평가에서 전체 4개 등급에서 3∼4등급(3등급 61곳, 4등급 11곳)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한국방범기동순찰대중앙본부’ ‘시민119산악구조대’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 ‘세계평화청년연합’ 등 14곳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위등급을 받은 단체의 19.4%가 다시 지원을 받은 것이다.

시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매년 100여개 단체에 수십억여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시의원(3명)과 언론인, 시민단체 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신청 단체들을 심사해 선정한다. 위원회는 매년 2월 각 단체로부터 실적 보고서를 받아 탁월·양호·보통·미흡의 4등급으로 평가한다.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지난해 위원들이 올해도 활동하고 있다.

시민119산악구조대는 2010년 4등급, 지난해 3등급을 받았는데도 3년 연속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시로부터 총 4200만원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가 민간구조활동의 필요성을 인정해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 단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시는 단체들이 제출하는 실적 보고서도 요약 보고서만 공개할 뿐 전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원단체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엔 시로부터 매년 2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온 한 민간단체 간부들이 3년간 149차례 3억9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보고서에 구매 물품 단가를 부풀려 기록하고 차액을 챙기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지원금을 유흥비나 개인 카드대금 결제에 지출했다.

그런데도 시 관계자는 “외부위원들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철저히 검토해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실적 보고서는 각 단체의 지적 재산권과도 관련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정된 시 예산이 공익활동을 충실히 하는 단체들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선정기준과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모든 시민은 자신의 세금이 쓰인 내역을 알 권리가 있다. 시는 선정 기준과 그에 따른 평가 결과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