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일정의 정치’… 朴·安 자주 마주치고 文·安 피해 다니고
입력 2012-10-18 22:13
대통령 후보의 동선을 보면 ‘일정의 정치’가 보인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3자 구도가 확정된 지난 한 달간 전국을 돌며 자신의 정치 노선과 철학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후보들은 마주치고, 때로는 엇갈리기도 하면서 다른 후보와의 차이점을 드러냈다.
◇엇갈리는 문·안, 자주보는 박·안=단일화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일정에서도 묘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두 후보는 호남 방문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이희호 여사 예방, 경북 구미 불산 가스 피해지역 방문 등에서 동선이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방문하면서 양자 대면은 아슬아슬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두 후보가 만난 것은 지난 13일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서 박 후보를 포함해 3자가 대면한 게 전부다. 두 후보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 ‘광해’를 관람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18일 “두 후보가 큰 틀에서 정책 지향이 비슷하고 지지층도 겹치다 보니 결국 방문 지역과 이벤트도 비슷하게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 후보 측 일정을 염두에 두고 일정은 짜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후보와 안 후보는 전혀 다른 정치 노선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두 후보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같이 참석했다. 앞서 9일 ‘세계지식포럼’ 첫 만남 이후 3자 대면을 포함해 벌써 다섯 번째다. 13일 과학기술나눔 마라톤축제, 15일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 16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도 두 후보의 만남이 성사됐다. 18일에는 나란히 강원도를 방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후보 측이 박 후보와 경쟁할 야권 후보 적임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난 적이 있다. 문 후보는 당시 “영화 피에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짧게 밝힌 바 있다.
◇박 ‘안보’, 문 ‘소통’, 안 ‘강연’=박 후보는 안보에 중점을 둔 일정을 소화해 왔다. 지난 한 달간 강원도 양구 유해 발굴 현장 방문, 재향군인회 창설 기념식, 월남전 참전 48주년 기념식 등 보수층을 공략할 수 있는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박·문·안 세 후보가 모두 참석했던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도 박 후보는 홀로 환영을 받았다. 보수층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 전략을 짜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 후보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며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임산부, 취업준비생, 인터넷업체 관계자 등을 세분화해 만났다. 기자회견 등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방식보다 당사자를 직접 만나 정책을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안 후보는 유난히 대학 강연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안 후보는 출마 이후 지금까지 청주교육대, 카이스트, 대구대, 우석대, 조선대 등에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등의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당 조직이 없는 안 후보가 강연 정치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