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업무 직원이 주식거래… 느슨한 거래소

입력 2012-10-18 21:54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4년간 257억원 규모의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시 등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부서 직원들이 상당수였고, 이틀이 멀다하고 주식을 거래한 경우도 있었다.

18일 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김종훈 의원 등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 4년간 거래소 임직원이 주식 거래를 한 규모는 257억원에 달했다. 주식 거래를 한 직원 188명 중 공시부와 시장감시부 소속이 8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본부 공시부(4명)와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업무부(5명) 직원들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거래를 자주 하는 직원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매매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지원본부 소속 한 직원은 지난해 주식거래일 249일 중 139번의 거래를 해 거래횟수(0.56)가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대개 내부 규준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며 위반 사례는 사전신고 미준수 등 단순 착오에 따른 것”이라며 “타 기관보다 엄격하게 임직원의 주식투자를 감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임직원의 주식거래 실태 이외에도 거래소의 지배구조·내부통제 실태를 겨냥한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거래소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김봉수 이사장과 같은 키움증권 출신이 많고, 2006년부터 삼성선물 사장이 계속 사외이사에 임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사외이사 중에는 특경가법상 배임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도 있다”며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를 간과하는 거래소가 어떻게 상장업체의 지배구조를 심사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정호준 의원은 낙하산 관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008년부터 임명된 총 15명의 한국거래소 임원 중 13명이 정부 부처 등 외부 기관 출신”이라며 “특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 9명”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업무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이 임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무성의한 공시 답변에 대한 제재가 약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은 “허위·불성실 공시가 증가하는데도 정작 공시위반 제재금은 평균 8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처벌 제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