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펀드 “넌 뭐냐”… 주식 투자상품 X, 개인간 금전거래 O
입력 2012-10-18 19:11
4·11총선 때 봇물을 이뤘던 ‘정치인 펀드’가 오는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덩치를 키운 ‘대선 펀드’로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총선 때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펀드 모집금액은 비교할 수 없이 불어났다. 하지만 정치인 펀드는 진짜 펀드처럼 투자를 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 간에 이뤄지는 금전거래에 가깝다. 일부 정치인 펀드는 선거가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의 슬로건은 ‘국민이 만드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선거비용 마련은) 자연스럽게 국민펀드 방식이 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국민펀드를 내놓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도 22일 오후 2시부터 대선 선거자금 마련을 위한 ‘문재인 담쟁이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었다.
정치인 펀드는 이름만 펀드일 뿐 금융권에서 통용되는 자본시장법상 펀드와는 전혀 다르다. 주식 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정치인이 지지자들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개인 간 차용 계약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하는 유사수신으로도 보기 어렵다. 선거법에 따라 유효 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각자 상환 가능한 이자율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모아왔다.
이번에 출시가 결정된 문재인 담쟁이펀드의 제시 수익률은 지난 1일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와 같은 연 3.09%다. 이는 과거 4·11총선 당시 제시됐던 연 3.54∼6.00%의 수익률보다 낮아진 수치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았던 과거 정치인 펀드의 수익률에 비해 담쟁이펀드의 수익률은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 펀드는 지지자들의 높은 호응과 함께 단기간에 자금을 모으곤 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펀드’는 47시간 만에 40억원을 모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던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의 ‘강달프 펀드’도 모금 시작 5시간여 만에 목표액을 채웠다.
반면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4월 총선에서 ‘강용석 펀드’를 만들었지만 득표율이 낮아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펀드는 아직도 원금을 전부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재인 담쟁이펀드와 관련,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다음 달 중순쯤 대선후보가 최종적으로 정해진 뒤에 담쟁이펀드 자금의 지출을 시작할 것”이라며 “펀드를 관리하는 총책임자는 민주통합당이고, 당이 공중분해가 되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