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연평도 방문] “뻥뚫린 안보점검” VS “박근혜 도와주기”… 정치쟁점화

입력 2012-10-18 22:09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연평도를 전격 방문한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미국이 제멋대로 그은 선”이라고 말했다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 여부가 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NLL에 가장 근접한 지역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급하게 연평도 방문을 결정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NLL이 미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정된 ‘유령선’이어서 인정할 수 없다는 북한 주장에 맞서 우리 영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참모가 말한 ‘북한 주장’이란 것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정상회담에서 말했다는 내용과 공교롭게 일치한다. 이 대통령도 “NLL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번 방문의 배경에 대선판의 ‘NLL 논란’이 있음을 대통령도 참모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도와주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어도 간접적으로 ‘대북 이슈’를 지속시켜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이 NLL이나 동부전선 ‘노크 귀순’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북한의 최근 경제개혁 문제를 꺼내 “북한이 어떻게 한다는 것은 다 위장전술이고 그럴 때일수록 경계를 해야 한다”고 비난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생활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다. 밥도 풍족하게 먹을 수 없다. 지구상에 그런 나라는 없다”는 발언 역시 단순한 북한 비판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일일 장병’ 자격으로 해병대 명찰이 달린 야전전투복 상의를 입은 채 연평도 곳곳을 둘러봤다. 오찬 자리에서 통닭 1000마리를 장병들에게 제공했으며 K-9 자주포에 직접 올라가 포병들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을 위해 군은 중첩 경호작전을 폈다. 감시정찰 공군 전투기가 대폭 증강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출발하기 몇 시간 전부터 NLL 부근을 정찰했다. 이 대통령이 헬기로 이동할 때는 중무장 헬기가 근거리에서 호위했고 F-15K, KF-16 편대가 원거리 초계비행을 실시했다. 해군은 기존 경계임무 중인 1200t급 초계함 3척 외에 화력지원정과 구조함정, 1500t급 호위함을 추가 배치했다. 육군 전방부대와 수도권 방공포 부대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귀환할 때까지 비상태세를 유지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