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심야의 칼부림 사건 오해가 부른 어이없는 비극

입력 2012-10-18 19:02

90년대 중후반 인기 혼성그룹 ‘쿨’의 멤버 김성수씨 전 부인 강모(36)씨가 살해된 ‘강남 술집 칼부림 사건’은 사소한 말다툼에서 비롯된 참극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사건 피의자 제갈모(38)씨는 지난 17일 오전 2시쯤 서울 신사동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옆자리에 있던 강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강씨 일행이 종업원에게 ‘물수건을 달라’고 말한 것을 자신에게 반말하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시비 끝에 제갈씨는 밖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앞좌석에서 과도를 꺼내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갔고, 강씨 일행이었던 프로야구 선수 박모(28)씨 등 남성 3명을 잇달아 찌른 뒤 달아났다. 강씨는 제갈씨를 뒤따라 나가 항의하다가 흉기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갈씨는 범행 후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은 뒤 집 부근 여관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제갈씨의 집에서 발견한 불면증 약봉지를 토대로 신대방동 약국에서 약 처방을 받으러 온 제갈씨를 붙잡았다. 제갈씨는 7년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갈씨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혼한 상태인 제갈씨는 특별한 직업은 없었으며, 넉넉한 집안 덕에 외제차를 몰 만큼 풍요로운 생활을 해왔다. 제갈씨는 “최근 친딸이 의붓아버지에게 홀대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혼내주려 한 달 전부터 흉기를 승용차에 넣어 다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제갈씨를 추가 조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