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학생들 실습시설 태부족… 발만 동동

입력 2012-10-18 19:02

지난해 11월 충남 K대학 간호학과 3학년 김모(22)씨는 대전의 A대학병원에서 한 달간 실습교육을 받았다. K대학은 부속 병원이 없어 다른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찾아가 실습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 A대학병원에서는 K대 학생들뿐 아니라 2∼3개 대학 학생들이 무더기로 실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김씨는 “제대로 실습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고, 견학 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대학 간호학과 정원이 크게 늘고 있으나 실습기관과 시설 부족으로 교육 부실에 따른 간호인력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간호평가원에 따르면 정부의 간호사 수급인력 확대 정책에 따라 최근 5년간 간호(학)과 입학정원은 1만1654명에서 1만6959명으로 5785명 증원됐다. 간호교육기관 수도 2008년 132개에서 올해 202개로 74곳이나 늘었다. 2014년부터는 매년 2만명 이상의 간호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0년 4월 기준 간호학과의 교원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4년제 31.4명, 3년제 45명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상 적정기준인 20명을 크게 웃돈다. 또 실습실, 실습병원, 지도교수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183개 교육기관 중 부속 병원이 있는 학교는 41개(22.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여러 병원과 실습 협약을 맺어놓고, 자리가 비는 곳을 찾아 학생들을 보내는 실정이다.

지방대 간호학과생들은 실습을 위해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간호평가원 관계자는 “여러 학교 학생들이 실습을 오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서 실습교육을 위해 고시원이나 모텔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성폭력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서울의 여성전문병원에서 실습했던 한모(24·여)씨는 “친구들과 고시원에서 머물렀는데 어느 날 친구 방에 술 취한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해 친구들과 함께 막았던 일도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병원으로 실습 가는 학생들은 잡일을 떠맡거나 간호조무사 일에 바로 투입되는 경우도 잦다. 실습이 아니라 현장인력으로 바로 투입되는 셈이다. 지난해 경남 한 지방병원에서 실습한 신모(24·여)씨는 “실습이 없는 토요일에 불러내 바이탈 체크 등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을 시키거나, 심지어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