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 숨은 寶庫 도시광산 사업 손놔

입력 2012-10-18 19:03


광물빈국 한국이 지난해 해외에서 들여온 광물자원의 총 수입액이 사상 처음 6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폭증한 금액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해외 자원을 수입하는 데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쓰다 만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에 들어 있는 금속 자원을 수거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사업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광산 개발사업을 폐기물 관리가 아닌 제조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1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물 총 수입액은 62조6890억원이다. 철 우라늄 동 아연 유연탄 등 발전과 철강 부문에 많이 쓰이는 전략광물은 43조6660억원어치를 들여왔고, 첨단 IT 제품과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은 13조100억원 규모를 수입했다. 두 분야 모두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곤 연평균 20%가 넘는 수입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산업의 주력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전자장치 등에 반드시 필요한 희귀금속은 금액 기준 99.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가 국내외 광물을 들여오기 위해 한 해 쓰는 돈만 9166억원 규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폐휴대전화 폐컴퓨터 폐자동차 등에서 희소금속을 포함한 각종 금속 자원을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사업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들 물품은 버려지면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환경부가 오염여부를 감시하는데 산업적 고려가 부족하다. 생활형인 가전과 자동차, 산업형인 중화학공업의 각종 폐용매제로 구분해 재활용해야 하지만 포스코 계열 상장사인 포스코엠텍과 고려아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정한 도시광산 재활용 규모를 보면 지난해 총 19조7110억원어치의 광물을 추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중 80%는 고철로 15조원 이상을 차지했다. 희소금속은 고작 1만5000t 규모 8210억원 정도다.

지식경제부 산업환경과가 추산한 폐금속 자원 누적 가치는 46조4000억원이다. 누적량 말고 매년 버려지는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중화학 용제 등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속의 가치도 4조원이 넘는다.

미국은 1976년부터 자원보존 재생법을 만들어 도시광산을 활성화했다. 일본은 2008년 신경제성장전략으로 도시광산 분야를 채택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을 데려다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 도와홀딩스가 희귀금속 추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독일은 2007년부터 도시광산 육성원칙을 밝히고 매년 6조2900억원어치 규모의 원자재 구입비용을 줄이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은 “도시광산을 폐기물 처리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재분류해 금속자원의 수집과 유통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광물자원공사의 설립 목적이 광물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라면 도시광산 개발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19대 임기 내에 도시광산의 개념 확립과 육성을 위한 입법안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ey Word-도시광산

폐가전제품 산업폐기물 등에 축적된 금속자원을 재활용하는 친환경사업. 휴대폰 1t에서는 금 400g을 캘 수 있다. 자동차 1대에는 구리만 17.6㎏이 들어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