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유세현장 버지니아주 리즈버그 르포] 평일 밤 8000여명 몰려… “TV토론이 승세 전환점”

입력 2012-10-18 18:41

“20일, 20일 남았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회복시켜야 하며 이는 버지니아인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당신들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으며 이뤄낼 것입니다.”

17일 밤(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근교 버지니아주 리즈버그의 ‘아이다 리 공원’. 전날 밤 대통령 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각축을 벌였던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단상에 올라 열변을 토했다.

버지니아주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과 함께 이번 대선의 승자를 결정지을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불린다. 특히 집회가 열린 리즈버그가 속한 라우던카운티는 버지니아주의 향방을 가름할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인 이곳에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44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으로 승리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쌀쌀한 날씨의 평일 밤임에도 8000여명의 군중이 몰려 1차 토론회 이후 불붙은 ‘롬니 열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200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오바마 선거 집회에 몰렸던 1만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다.

유세장이 “롬니” 연호 소리로 가득한 가운데 등단한 롬니 후보는 전날 밤의 2차 토론회를 소재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대통령과 가진 이러한 토론회를 아주 좋아한다. 당신들이 보셨다시피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선 토론이 두 차례나 끝났음에도 대통령이 여전히 다음 임기 때 추진할 의제를 찾아내지 못한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고 비꼬았다.

롬니 후보가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왜 나의 계획이 실행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지 말고 자신의 계획이 4년간 왜 먹혀들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좀 더 할애했으면 한다”고 말하자 폭소와 함께 큰 박수가 쏟아졌다. 롬니는 8월 중순 인근의 매나사스에서 유세할 때보다 훨씬 자신 있고 표정도 밝아보였다.

부인과 함께 유세장을 찾은 마이크 리턴(48)씨는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을 보라”며 “1차 토론회가 확실히 전환점이 됐다. 주류 언론과 오바마 진영이 롬니를 악한으로 묘사했지만 토론회를 통해 점잖고 능력 있는 사람이란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였다는 팀 크리스티(65)씨는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행이 없는 오바마와 비교해 롬니는 정직하고 기업을 경영한 리더십이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롬니 후보가 버지니아주는 물론 상당수 경합주도 챙겨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리즈버그(버지니아주)=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