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군부대 위로 방문 르포 2題] 고려대교우목회자협의회 공동경비구역서 안보기도회
입력 2012-10-18 21:11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공동경비구역과 전국 일곱군데 군부대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소리가 높게 울려퍼졌다. 해당 지역 교회를 방문한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이 땅에 화해와 평화를 허락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국방의 최일선에서 땀흘리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귀순’ 사건, 정치권의 ‘NLL 논란’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날 한국교회의 기도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
휴전선에 인접한 민간인통제선을 지나 차로 10분쯤 들어가자 아담한 교회가 나타났다. 최전방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공동경비구역(JSA)교회였다.
예배당 전면에는 한반도 지도와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자 우뚝 솟은 철탑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북한 인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의 최남단 선전마을 기정동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마을 뒤쪽 왼편으로는 개성공단의 모습이 보였다. 비무장지대의 숲들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주여! 이 나라를 지켜 주소서. 얼어붙은 한반도에 화해의 역사를 허락하소서.”
고려대학교교우목회자협의회(고목회·회장 피영민 목사)는 18일 JSA교회에서 ‘판문점 평화통일 안보기원 기도회’를 열었다. 30여명의 목회자와 사모는 말로만 듣던 남북 분단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면서 두 손을 모았다. 최근 북한의 한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 귀순한 뒤 우리 군의 경계가 부쩍 강화됐다는 말에 이들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하나님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화평의 고리로 사용해 주소서. 미움과 증오, 반목과 대립의 굴레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 주소서.”
참석자들은 8·18 도끼만행 사건, 소련특파원 월남사건 등 JSA 경비대대가 겪었던 고난의 역사가 요약된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분단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
고목회 부회장 림형천 잠실교회 목사는 잠언 4장 23∼27절을 인용한 설교에서 “철책선이나 무기가 우리를 지켜주는 게 아니다.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키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면서 안보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영성회복 운동을 강조했다.
림 목사는 “민족의 갈등을 복음의 힘으로 싸매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이 나라와 사회가 원하는 온전한 리더십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최석립 진실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찾게 하시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와 민족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참석자들은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등을 견학하며 남북분단의 현실을 체감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판문점 군사회담장에는 북측 관광객 10여명이 눈에 띄었다. 무장한 남북한 군인들도 줄지어 섰다.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북측 관광객 중엔 우리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먼발치에서 마주 본 짧은 만남이어서 더 아쉬운 듯 했다.
고목회는 이날 JSA 경비대대와 교회에 위문금을 전달하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박수열 목사는 “이 땅의 안보를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내내 “한민족의 갈등을 하나님의 섭리대로 풀어 달라”고 기도하는 합심기도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파주=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