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게 하는 긍정의 힘

입력 2012-10-18 18:21


호박이 넝쿨째/글 최경숙·그림 이지현/비룡소

“가을 햇볕은 힘이 세. 푸르던 호박에 노란 물이 들었어. 황금 호박이 된 것이야. 갈바람이 으슬으슬 추워져. 호박 넝쿨은 마르고 호박잎도 누렇게 말라가. 그래도 괜찮아. 하나 둘 셋 넷… 일곱 여덟. 커다란 황금 호박이 여덟 덩이나 익었는 걸.”

주말 농장에서 호박을 키워본 아이라면 ‘맞아, 맞아!’를 연발하면서 재밌게 볼 그림책이다. 봄에 씨앗을 뿌린 호박씨가 뿌리를 내고 떡잎을 틔우고, 잎이 난다. 여름과 함께 호박 넝쿨은 쭉쭉 뻗어가는데, 자고 나면 넝쿨이 한 뼘씩 자란다. 호박의 사계절을 저자는 아이에게 얘기하듯 다정다감하게 펼쳐놓는다.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게 하는 긍정이 이 책이 갖는 힘이다. 곳곳에 그런 긍정이 넘쳐난다. “휘이잉 바람이 지나가자 호박꽃이 툭 떨어져. 그래도, 괜찮아, 수꽃은 여기 저기 피어있는 걸. 애벌레가 호박을 갉아 먹고 있어. 그래도 괜찮아, 호박 넝쿨 여기저기에 호박이 크게 열려 있는 걸.”

손영옥 선임기자